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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18회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에서 만난 김태곤(45) 파이온텍 대표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 그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새로운 길을 개척하다 보니 어느 새 회사는 나노바이오기술 기반 ‘코슈메스티컬’(기능성화장품) 분야에서 선도 기업이 돼 있었다”며 “요즘 일자리 부족으로 고통 받는 청년들에게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만 있다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창업 초기를 돌아보면 지금도 아찔하기만 하다. 공학도인 그는 다국적 회사에서 소위 잘 나가는 엔지니어로 일했다. 하지만 우연찮은 계기로 2001년에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창업에 나섰다. 30대 초반 젊은이의 객기였다. 다행히 그는 첫 제품인 공기청정기를 단기간에 출시할 수 있었고 회사는 빠르게 성장했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기업공개(IPO) 추진을 위한 노하우를 가진 한 파트너를 만났다. 하지만 이것이 화근이었다. 파트너가 회사 자금을 모두 빼돌려 달아난 것. 김 대표는 이후 금융권과 함께 외주생산업체, 부품협력업체 등 사방에서 자금 압박에 시달려야만 했다.
빚더미에 앉은 김 대표는 이후 채권자들을 피해 찜질방을 전전해야 했다. 심지어 한강을 찾아 투신까지 시도했다. 이런 그에게 극적으로 ‘엔젤’이 찾아왔다. 한국 벤처 1세대 기업가인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036930) 회장. 황 회장은 당시 종잇조각에 불과했던 파이온텍 주식 일부를 25억원이란 거금에 사들였다. 당시 빚쟁이였던 김 대표의 ‘열정’ 하나만 보고 결정한 투자였다.
김 대표는 이 자금으로 모든 빚을 청산하고 공장도 지을 수 있었다. 극적인 투자를 통해 재기한 그는 이후 공기청정기 기술을 응용한 피부침투 기술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스피큘’(spicule, 해면체를 이용한 다공성 침상구조체)을 이용한 ‘경피흡수’(DDS) 기술이 그것이다. 파이온텍은 나노 이중 캡슐화와 미세 버블링 등 피부침투 기술과 관련한 140여건의 지적재산권을 보유했다.
김 대표는 독자적인 피부침투 기술을 확보한 덕에 2006년 대한민국 벤처대상(산업자원부 장관상)을 시작으로 2009년 우수 중소기업인상, 2010년 ‘무역의 날’ 지식경제부 장관상, 2011년 중소기업 기술부문 대상, 2012년 벤처창업대전 중소기업청장상, 2014년 보건복지부 장관상 등을 잇달아 수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날 ‘대통령상’까지 거머쥐었다.
김 대표가 이끄는 파이온텍은 독자적인 피부침투 기술을 토대로 만든 나노바이오화장품 ‘버블에센스’ 제품들을 지난해에만 120만개 이상을 판매, 국내 화장품 분야 중소기업으로서는 드물게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2015년 70억원에 불과했던 이 회사 매출액은 지난해 246%나 증가한 242억원으로 늘어났다.
파이온텍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기존 ‘B2B’(기업 간 거래)에 이어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중국과 동남아 등 신흥시장에 이어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으로 제품 수출 지역도 확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충북 오송 생명과학2단지에 총 1만7190㎡(약 5200평) 토지를 매입해 ‘글로벌센터’를 구축할 방침이다.
김 대표는 “통상 화장품 업체들이 마케팅이나 영업에 주력하는 것과 달리, 화장품 사업 초기부터 연구개발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 식약처로부터 우수화장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CGMP) 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며 “지난해 20억원 이상을 투입해 첨단 생산설비도 구축하는 등 제품력 향상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 김 대표 외에 유완식 쎄믹스 대표가 은탑산업훈장, 유창열 유성화학 대표가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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