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어디에서 잘 자랄까요?" 한자교육의 대부 문규식 장원교육 회장

박경훈 기자I 2017.06.15 06:02:00

장원교육 올해로 30주년 맞아
문규식 회장, 교육 업체 근무하다 '87년 창업
수학 학습지 시작, 만화 형태 한자 학습지 인기 좋아 '대명사'로
영남 평정 후 서울 입성, 게릴라식 전략 펼쳐 성공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왜 ‘사과(沙果)’를 사과로 부르는지 아시나요. ‘모래 사(沙)’자 즉, 물이 잘 빠지는 토양에서 나는 열매(果)라는 뜻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 한자의 유래를 모르면 어느 곳에서 사과나무가 잘 자라는지 모를 수밖에 없죠.”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문규식(62) 장원교육 회장은 “한자 속에는 우주의 섭리가 들어 있다”며 한자교육의 필요성을 연신 강조했다. 1987년 대구에서 시작한 장원교육은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했다. 강산이 세 번 바뀌는 사이 ‘장원한자’는 한자교육의 국가대표 브랜드로 올라섰다.

현재 장원교육은 한자를 비롯해 수학, 피아노 방문교육, 검인증 사업, 유치원·어린이집 콘텐츠 공급 사업, 학점은행제 원격교육 기관 운영 등 다양한 교육 사업을 진행 중이다. 앞으로는 ‘성인 대상 중국어 시장’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진출로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장원교육의 지난해 매출은 417억원(영업이익 20억원). 대부분 직영으로 운영되는 학습지 시장과 다르게 장원교육은 프랜차이즈 형태를 취하고 있다. 본사 매출에 직접적으로 잡히지 않는 140여개 프랜차이즈까지 포함하면 매출액은 약 800억원이다.

문 회장은 “지역별로 프랜차이즈 지점이 있다며 소정의 사납금만 내면 나머지는 모두 각 지점 매출로 잡힌다”며 “140여개 프랜차이즈는 대부분 장원교육 직원 출신들이 지점장으로 개업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교육 업체 경험 통해 창업…‘만화’를 통한 학습지로 인기

충남 부여 출신인 문 회장은 사실 한자와는 별다른 인연 없는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는 “한약방을 운영했던 조부모의 가게를 들락 이며 한자를 본 것이 전부”라며 “남들보다 한자가 조금 친숙했을지는 몰라도 또래들보다 많이 아는 것은 아니였다”고 돌이켰다.

그는 연탄공장을 하던 아버지를 보며 막연히 사업에 대한 꿈을 꿨다. 경영학을 전공한 문 회장은 제약 영업, 세일즈맨을 거쳐 대교(019680)에 입사한다. 그는 입사 7년8개월 만에 대구 지역 책임자 자리를 끝으로 퇴사를 결심했다. 창업은 쉽지 않았다. 사업에 서툴던 문 회장의 첫 학습지 사업은 제대로 시작도 못 한 채 실패로 끝났다. 기존 업체에서 이미 같은 브랜드를 등록해 인쇄했던 용지를 폐기처분하며 울분을 삭힐수 밖에 없었다.

빈털터리였던 그는 1987년 5000만원이라는 당시로선 거금을 처가에서 빌린다. 문 회장은 “당시 경영사정이 어려웠던 학습지 업체를 인수하려 했으나 이 돈으로도 부족했다”며 “‘내 시신까지 맡길 각오가 돼 있다. 반드시 사업 성공을 하겠다’는 호기까지 부리며 모자란 대금은 추후 갚는 조건으로 인수했다”고 말했다.

바로 그 업체가 현재 장원교육의 모체가 됐다. 장원교육의 시작은 사실 한자가 아닌 수학이다. 문 회장은 “고객들 사이에서 어떤 업체는 무슨 과목이 좋다는 게 회자했다”며 “장원교육은 한자에 대한 평이 좋았다”고 말했다. 장원한자의 가장 큰 힘은 ‘만화로 배우는 교육’이라는 것. 당시까지만 해도 한자교육은 말 그대로 ‘무식하게’ 외우는 방식이었다면 장원교육은 만화를 통해 자연스레 체득하게 됐던 것이 차별화 지점이었다.

문규식 장원교육 회장은 “초등학교 3학년 까지만 나온 65세 할머니가 자기 주도학습을 통해 대학에 진학한 사례를 봤다”며 “뿌듯함과 동시에 이전에 보지 못한 시장도 발견했다”고 말했다. (사진=장원교육)
◇영남 찍고 서울입성…‘게릴라식 전략’ 펼쳐

콘텐츠에는 자신 있었지만 사업은 또 별개였다. 문 회장은 “대구에서 장원교육이 유명하다는 소문이 서울까지 나 기존 대형업체들이 이 지역을 광고로 휩쓸어버렸을 정도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장원교육은 구미, 포항, 창원, 부산 등 영역을 계속 넓혔다. 그는 “어찌나 종회무진 다녔던지 피골이 상접하고 광대뼈가 나올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1990년 초반 장원교육은 서울입성에 성공했다. 대교, 교원, 웅진(016880) 등 ‘골리앗’들이 자리 잡고 있는 서울에서 장원교육은 ‘게릴라 전략’을 펼쳤다. 서울 전체를 공략하지 않고 강남, 노원 등 특정지역에 선택과 집중을 했던 것. 문 회장은 “장원한자가 들어오지 않은 지역에서 ‘언제 이용할 수 있느냐’는 항의 전화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장원교육은 쉽게 배울 수 있는 ‘만화식 교육 콘텐츠’라는 역량을 기반으로 관련 사업 영역을 꾸준히 확장해나갔다. 앞으로는 중국 진출을 통해 유치원 시장에 수학 콘텐츠를 납품할 계획도 갖고 있다. 더불어 태국, 대만 등에는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외국어 교육 사업도 추진 중이다.

문 회장은 현재 한자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도 피력했다. 그는 “인제야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한자 병행표기가 이뤄지는 것에 때늦은 감을 느낀다”며 “한자를 배우지 않으면 자연스레 어휘량이 줄게 되고 당연히 ‘조어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한자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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