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처럼 번지는 중견기업 스타마케팅…'품질 신뢰' 못쌓으면 모래성

박철근 기자I 2016.10.26 07:00:00

중기 해외수출 및 모바일 확대로 한류스타 활용 증가
브랜드·제품 홍보 효과 탁월…B2C 소비재 업종서 유명인 활용 두드러져
피겨 국가대표 ‘김연아’ 활용한 제이에스티나 대표적 성공사례
과다한 마케팅 비용, 이윤 감소 및 제품 가격 인상분 소비자 전가 부작용도 있어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중소·중견기업계가 스타 마케팅을 어느 때보다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브랜드 파워가 상대적으로 약한 상황에서 짧은 시간 내에 브랜드와 제품을 알리는 데 유명인만큼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중소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는 “최근 들어 중소·중견기업의 해외수출이 활발해지고 한류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한류스타를 활용한 마케팅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이는 내수시장에서 초기에 브랜드·제품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전문모델을 활용하기보다는 소비자에게 친근한 연예인을 활용하는 것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브랜드와 제품을 알리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스타 마케팅에만 집중하다보면 과다한 마케팅 비용으로 기업이익이 줄고 제품가격이 인상돼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오는 부작용도 생겨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방조리기기 전문기업 자이글(234920)이 스타 셰프 에드워드 권을 플래그십 스토어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조리기구 제품 모델인 배우 김혜수와 신사업인 목베개 넥시블 모델 가수 김흥국 씨에 이어 스타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자이글 관계자는 “해외진출의 첨병역할을 할 플래그십 스토어 모델로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에드워드 권 셰프를 모델로 기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휴롬(배우 이영애) △동양매직(배우 현빈) △쿠쿠전자(192400)(배우 김수현) △쿠첸(225650)(배우 송중기) △한샘(009240)(배우 전지현) △일룸(배우 공유) 등 중소·중견기업들도 유명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활용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들의 스타 마케팅이 활발한 이유는 상대적으로 약한 브랜드와 제품 이미지 때문이다.

이동주 중소기업연구원 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 제품은 애프터서비스와 품질이 낮다는 게 일반적인 선입견”이라며 “소비자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모델을 기용해 제품과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자이글은 제품 성능에 대한 입소문과 스타마케팅의 효과가 더해져 매출이 2014년 매출 646억원에서 지난해 1019억원으로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15억원에서 166억원으로 늘어났다.

중소·중견기업 가운데 스타마케팅으로 대박을 친 사례로는 제이에스티나(026040)(옛 로만손 시계)가 첫손에 꼽힌다. 이 회사는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가 세계 최정상에 오르기 전인 2008년부터 모델로 발탁했다. 김 씨는 제이에스티나 모델과 함께 경기에 나설 때마다 제이에스티나 제품을 착용해 제품 홍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후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빙상사상 최초로 여자 싱글 부문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진출을 시도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은 한류 스타를 활용해 제품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기업계 관계자는 “삼성이나 현대차같은 대기업들은 회사 브랜드가 바로 모델인 셈”이라면서도 “중소·중견기업들은 기술력이 아무리 좋아도 브랜드 이미지가 약해 빠른 시간내에 시장에서 자리잡기 위해 유명 인사들을 활용한 마케팅을 선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마케팅 업계에서는 중기업계가 해외에서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류스타를 활용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류스타와 중소기업 제품의 협업을 중개하는 스타콜라보는 “우수한 국내 중기제품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시장의 인지도”라며 “유명 연예인이 인지도를 단기간 높이는 데 최고의 효과를 거둔다”고 말했다. 이어 “유명 연예인의 몸값이 비싼 점이 단점이지만 계약금을 적게하고 연예인들이 수익의 일정 부분을 받는 러닝 개런티 방식으로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소·중견기업들은 낮은 브랜드 이미지와 제품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유명 연예인을 중심으로 스타마케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먼저 구축한 뒤 스타 마케팅을 활용해야 그 효과가 배가된다고 조언했다. (사진= 자이글)
하지만 스타마케팅이 제품 홍보수단의 장점만 지닌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최정상급 연예인들을 제품 모델로 발탁하다보니 마케팅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광고업계에 따르면 김혜수의 모델료는 6억원(이하 연간 계약기준), 송중기 8억원, 공유 7억원 등으로 알려졌다. 그들이 출연한 작품이 히트를 치면 몸값은 더욱 올라가게 된다.

실제로 국내 전기밥솥 1위 회사인 쿠쿠전자(192400)의 광고선전비는 2013년 202억원에서 2014년 245억원, 2015년 259억원으로 지속 증가했다. 이 회사는 가수 이승기를 모델로 기용한 후 현재는 배우 김수현이 제품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광고업계 한 관계자는 “이승기나 김수현 모두 국내 최정상급 모델료를 받는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전했다

정수기업체 청호나이스는 2014년 영업이익이 94억원이었지만 광고선전비는 영업이익보다 많은 108억원을 지출했다. 지난해에는 광고선전비(115억원)가 영업이익(129억원)보다 적었지만 지속해서 광고선전비가 늘고 있다.

이 본부장은 “고액의 모델료를 받는 연예인들을 활용하다보니 광고선전비 등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제품 가격을 올리면 마케팅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게 되고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기업의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탁한 광고모델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 때 발생하는 간접적인 비용도 중소·중견기업들은 대기업보다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스타를 이용한 마케팅보다 소비자들로부터 품질을 인정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휴롬이나 자이글의 경우 이미 TV홈쇼핑을 통해 제품을 인정받은 뒤 스타 마케팅을 펼쳐 홍보효과를 극대화 한 사례”라고 조언했다.

(자료= 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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