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원샷법 통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분 11%를 보유한 삼성SDS(018260)가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005930)와 소규모 합병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재차 관심을 끌고 있다. 현행상법 주총 특별결의가 필요치 않은 소규모 합병을 추진하기 위해선 합병 대가로 발행하는 신주가 전체 주식의 10%를 넘지않아야 하지만 특별법인 원샷법에서는 신주가 20%를 넘지 않는 범위내에서도 소규모 합병이 인정된다.
이 때문에 SDS가 현 시가총액인 19조원보다 덩치를 두 배 가량 불려서 이 부회장의 지분교환 효과를 극대화해도 여전히 시가총액 168조원의 삼성전자와 소규모 합병이 가능해진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론상으로 삼성전자는 모든 삼성계열사와 소규모 합병이 가능하다. 오히려 현실적으로 적용해보면 신주 발행규모 축소보다는 반대주주 비율 강화요건이 더 변수다.
◇삼성전자-SDS, 소규모합병보다 삼각분할합병에 무게
국회를 통과할 원샷법에서는 합병신주 요건을 완화하는 대신 존속회사(삼성전자) 주주가 소규모 합병을 막을 수 있는 반대주식 비율은 현행 발행주식총수의 20%에서 10%로 오히려 강화했다. 지금까지는 삼성전자 주주 20%가 모여야 삼성SDS와의 소규모 합병을 막고 주총을 열어달라고 요구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10%만 모여도 가능하다는 얘기.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현재 49%에 이른다.
특히 단순히 양사 합병안이 통과되느냐 여부를 떠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때처럼 또다시 외국계 주주에 의해 삼성 지배구조가 도마에 오르는 원치않는 잡음으로 이어지고 삼성SDS가 공급과잉 업종 구조조정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도입한 원샷법 적용대상이 맞느냐의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또 이런 논란을 뚫고 이재용 부회장이 SDS 주식을 전자 주식으로 바꾸더라도 확보할 수 있는 지분율은 2%도 채 안된다. 삼성이 또 한번의 여론 소모전을 감내하면서 획득할 목표로 보기엔 충분치 않다.
따라서 삼성이 이 부회장의 SDS 지분을 활용해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를 꾀한다면 소규모 합병보다는 3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상법과 연계된 삼각분할합병(인수대상 사업부를 분할해 모회사 지분을 교부) 등을 지렛대 삼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분석도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각분할합병은 삼성SDS뿐 아니라 현대차, 한화, 롯데, LG, 신세계, GS 등 3세 경영을 대비하는 여러 기업에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원샷법으로 금융 및 非전자 계열사 구조조정에 속도
오히려 원샷법과 관련해 주목받는 삼성계열사로는 일부 금융사, 차세대사업군, 건설·플랜트 업종이 꼽힌다. 예컨대 최근 지분 매각설이 제기되고 있는 삼성카드(029780)의 경우 삼성전자(37.5%) 지분을 삼성생명(34.4%)으로 이전하면 총 72%의 지분을 한 회사가 보유하게 되면서 주총을 열 필요가 없는 간이분할합병 범주에 들어온다. 원샷법은 기존에 발행주식 90%를 보유해야하는 간이분할합병 요건을 3분의2로 대폭 완화했기 때문이다. 양형모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이 경우 삼성카드를 투자회사와 순수영업자산만 영위하는 사업회사로 분할해 영업자산만 양수도가 가능하기 때문에 인수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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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차례 실패했던 삼성중공업(010140)-엔지니어링 합병 등 전자 이외의 제조업 계열사 구조조정에도 원샷법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은 2014년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을 추진했지만 국민연금 등 주주들의 반대매수청구권 부담으로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원샷법에서는 주주의 반대매수청구권 요청기간이 20일에서 10일로 짧아지고 회사가 이들 주식을 매입할 기간은 1개월에서 3개월로 늘었다. 요청기간이 짧아진 것보다 주식매입기간이 늘어나 부족한 자금을 끌어올 시간을 벌 수 있는 점이 회사에는 실질적인 혜택이다. 특히 중공업-엔지니어링은 원샷법의 본래 취지인 산업재편에 해당하는 업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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