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주요 그룹들은 계열사 간의 혹은 계열사 내 다양한 사업들을 이리저리 뗐다 붙이며 최적의 조합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같은 퍼즐 맞추기의 핵심 화두는 ‘생존’이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그룹은 계열사 사업 구조조정에 가장 적극적이다.
에스원(012750)은 정보보안 솔루션 사업을 맡고 있는 자회사 시큐아이 지분 52.5%를 삼성SDS(018260)에 넘기기로 했다. 주력 사업인 보안시스템 및 건물관리 서비스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 6월 사이버보안팀을 신설하는 등 정보보안 서비스 사업 확대를 꾀하고 있는 삼성SDS도 이번 지분 거래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앞서 삼성SDI(006400)는 삼성정밀화학(004000)으로부터 2차전지 소재 사업을 받아오면서 보유 중인 삼성BP화학 지분 29.2%를 넘기기로 합의했다. 전기차 배터리와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중대형 배터리 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삼성SDI는 이번 거래로 소재부터 셀·모듈·팩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삼성정밀화학도 삼성BP화학 지분율을 49%까지 확대해 향후 시너지 창출이 기대된다. 특히 매분기 영업손실을 기록 중인 삼성정밀화학은 흑자 기업인 삼성BP화학 최대주주가 되면서 지분법 이익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까지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그룹의 또다른 계열사인 삼성전기(009150)도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모터를 시작으로 파워·튜너·ESL(전자가격표시기) 사업 등을 잇따라 떼어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포기하고 주력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다.
◇ 조선업계, 비핵심 자산·계열사 매각.. 재무구조 개선
최근 들어 ‘버림의 미학’을 가장 충실히 실천하고 있는 곳은 조선업계다.
대우조선해양(042660)은 비핵심 자산 및 계열사 매각에 팔을 걷어 붙였다. 사옥과 연수원·골프장·유휴부지 등이 대상이다.
현대중공업(009540)과 삼성중공업(010140)도 부동산이나 보유 중인 상장사 지분 매각 등을 추진 중이다. 이들 조선 3사는 연내 수천명에 달하는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이미 조단위 손실을 낸 이후 이뤄진 조치들이라 ‘뒷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반면 ‘뭉쳐야 산다’ 전략을 추진하는 기업들도 있다.
LG(003550)그룹 계열사인 서브원은 LG솔라에너지를 흡수합병키로 했다. 태양광발전 등 두 업체 간의 사업 중복을 해소하고 비용을 절감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한화케미칼(009830)은 자회사인 한화넥스트와 한화컴파운드를 합병해 통합 한화컴파운드를 출범시켰다. 컴파운드(자동차·전자부품 등에 쓰이는 복합수지) 사업을 일원화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행보다.
삼양사(145990)는 삼양제넥스(003940)를 합병해 식품 및 화학 사업의 시너지 강화를 추진키로 했다.
식품과 화학 사업을 영위하는 삼양사가 전분, 전분당 등 식품원료를 생산하는 삼양제넥스를 합병하게 되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삼양사는 이번 합병으로 재무구조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삼양사의 부채비율은 현재 68.9% 수준이지만 삼양제넥스(부채비율 38.6%)를 흡수하면 56% 정도로 낮출 수 있다.
두산그룹은 사업구조 재편과 공정거래법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산캐피탈을 메리츠금융지주에 매각했다. 반면 두산의 광고계열사 오리콤은 한화그룹 계열 광고회사 한컴을 인수키로 했다.
◇ 해외법인도 지분 매각·인수 활발.. 경쟁력 높이기
해외법인도 사업재편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사업 구조조정과 별도로 생존을 위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사례도 있다.
LS(006260)전선은 2개의 베트남 법인을 하나로 합친 통합 법인을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 법인이 국내 증시에 상장되는 첫 사례다. 실적이 좋은 베트남 법인을 상장해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주력 사업 키우기에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SK(034730)그룹은 전기차 배터리 소재를 생산하는 자회사를 중국 전기차 업체에 넘기고 대신 지분을 받아오기로 했다. 현지 전기차 업체와의 협력관계를 강화해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포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여건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현 체제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며 “실적 개선 및 수익성 확대를 위한 사업 구조조정 작업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