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가 한강을 끼고 있고 63빌딩 자체가 유명 관광시설인 만큼 중국인 관광객을 유인할 면세점 후보지로는 경쟁력을 지녔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63빌딩을 후보지로 고른 한화의 속내가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최근 면세점 입찰전에 뛰어든 중견기업 유진의 면세점 후보지가 바로 63빌딩 인근 구 여의도 MBC사옥이기 때문이다.
한화와 유진이 면세점을 따내기 위해 서로 경쟁을 해야 하는 관계는 아니다.
관세청이 서울에 새로 생기는 면세점 3곳 중 2곳을 대기업 몫으로, 1곳을 중견·중소기업 몫으로 배정했기 때문에 두 기업은 같은 시합장에서 서로 만나지도 못한다.
하지만 한화는 직접적 경쟁자인 롯데, 신세계, 신라호텔 등 유통 대기업이 아닌 중견기업 유진의 행보에 더 신경 쓰고 있다.
유진기업은 자본력이 우수한 데다, ‘하이마트’ 등 유통기업을 운영해 본 경험도 있어 중소·중견 기업그룹에선 가장 강력한 면세 사업 후보자로 평가된다. 같은 지역인 여의도에서 유진이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면 한화가 63빌딩에 새 면세점 간판을 달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든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한화와 유진기업이 각각 대기업과 중소기업 몫 면세 사업권을 따내 게 되면 여의도에 2개의 면세점이 동시에 생긴다”며 “관세청이 한 지역에 두개의 면세 사업권을 내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한화는 유진기업이 면세점 후보지로 여의도를 선택하자 압구점 명품관 등을 대안으로 긴급히 검토 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유한 건물 중 63빌딩 만한 경쟁력을 갖춘 곳을 찾기 쉽지 않아 결국 63빌딩을 후보지로 최종 선택했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63빌딩은 연평균 32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서울의 대표 관광지”라며 “여의도에 면세점이 생긴다면 63빌딩 내 들어서는 게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