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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들이 전하는 돌직구 풍자…뮤지컬 '애비뉴 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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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기자I 2013.07.02 09:00:23

'세서미 스트리트' 인형들 19금 캐릭터로 변신
성정체성 ·청년 실업 등 사회적 이슈 다뤄
'퍼펫' 몸값 2억5000만원 달해
국내 초연…8월23일부터 샤롯데씨어터

뮤지컬 ‘애비뉴 큐’ 영국 공연 모습(사진=설앤컴퍼니)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내 인생은 엿같아요! 인생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 바로 제가 찾고 있는 거예요.”(구직 중인 청년백수 ‘프린스턴’)

“거기 겁쟁이들,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나 문제 완전 좋아하는데.”(글래머 클럽가수 ‘루시’)

“인터넷은 아주 유용하죠. 야동용으로요. 한국은 인터넷이 정말 빠르다면서요? 모두 다운 받아갈 거예요.”(음란물의 달인 ‘트레키 몬스터’)

“난 로맨틱한 걸 좋아하고, 똑똑하고 예쁘고…. 근데 왜 남자친구가 없는 거죠? 이런 젠장!”(유치원 보조교사 ‘케이트 몬스터’)

객석을 향해 던지는 대사가 거침없다. 적나라한 표현에 여기저기서 웃음도 터져 나온다. 이처럼 도발적인 대화를 주고받는 주인공은 다름 아닌 퍼펫(puppet·손을 넣어 조종할 수 있는 인형). 퍼펫을 연기하는 배우는 서로 다른 목소리로 여러 개의 퍼펫 역을 소화한다. 인형과 혼연일체가 돼 입 모양과 허리 굽히는 동작 하나까지 퍼펫과 동일하게 행동한다. 작품에는 9개의 퍼펫 캐릭터와 3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적당한 온도 유지를 위해 최신 에어컨이 장착된 공간을 마련하고, 의상과 머리털 관리를 위해 전담팀을 구성할 만큼 작품에서 퍼펫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저예산으로 대히트를 기록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애비뉴 큐’가 국내에 상륙한다. 오는 8월 23일부터 10월 6일까지 서울 잠실동 샤롯데씨어터 무대에 오른다. ‘애비뉴 큐’는 인기리에 방영됐던 미국 TV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의 인형 캐릭터들이 크면 어떻게 될까라는 상상력에서 출발한 작품. 순진하고 교육적이었던 TV 속 인형들은 동성애와 포르노중독 등을 고민하는 19금 캐릭터로 변신한다. 도발적인 루시와 얌전한 케이트 역을 소화하는 배우 칼리 앤더슨은 “이전에 했던 고전적인 작품과는 확실히 다른 작품”이라며 “나에게도 도전적인 과제였다”고 말했다.

해외서 검증은 이미 거쳤다. 2003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후 단 72회 만에 브로드웨이에 입성하는 유일무이한 기록을 세웠다. 이후 7년간 박스오피스 톱10을 기록했고, 스웨덴·호주·브라질·스페인 등 전 세계를 돌며 흥행성을 입증했다. 특히 2004년 토니상을 두고 제작비 160억원을 투자한 블록버스터 뮤지컬 ‘위키드’와 경쟁한 일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되기도 한다. ‘애비뉴 큐’는 당시 ‘위키드’를 제치고 최고작품상·극본상·음악상을 모두 휩쓸었다. 국내 마케팅을 담당하는 설도권 설앤컴퍼니 프로듀서는 “‘애비뉴 큐’의 퍼펫 제작비가 대략 2억 5000만원 가량”이라며 “이는 위키드 주인공 글린다의 메인의상 한 벌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세계 각지에 마니아들을 양산해낸 ‘애비뉴 큐’의 매력은 유쾌한 풍자와 해학에 있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은 성욕, 속물근성 등 은밀한 고민과 인간본성을 화끈하게 끌어내기도 하고, 청년실업과 인종차별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던진다. 노래들 역시 ‘오늘도 난 노팬티’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 ‘사랑을 나눌 땐 마음껏 소리 질러’ ‘영문과 졸업장으로 뭘 할 수 있을까’ 등 직설적이고 강렬하다. 여기에 촌철살인 대사와 발칙한 행동까지 결합돼 예상치 못한 웃음과 재미를 선사한다. 폴 그리핀 프로듀서는 “초연 당시 단촐한 무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참신한 아이디어와 독특한 구성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며 “이것이 저예산으로 대형 뮤지컬을 이긴 저력”이라고 말했다.

‘애비뉴 큐’의 프로듀서 폴 그리핀과 배우 니콜라스 던컨, 칼리 앤더슨이 초연 이후 10년 만에 처음 내한했다. 한국 초연을 앞둔 이들에게 소감을 물었다.

-퍼펫 연기와 일반 연기의 차이점은

▲니콜라스 던컨: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뮤지컬 배우는 연기와 춤, 노래를 보여줘야 하는데 퍼펫 연기에는 네 번째 스킬이 필요하다. 바로 퍼펫과의 혼연일체다. 퍼펫을 다루는 방법을 따로 배운 적은 없지만 새로운 기술을 배웠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눈동자의 움직임이나 감각적인 동작 등에서 퍼펫 연기의 한계점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인형들과 한마음이란 생각으로 이런 점을 극복하려 했다. 극중 청년백수 프린스턴과 성 정체성 고민을 안고 있는 회사원 로드를 연기하는데 이들의 인간적인 고민에 공감이 간다.

-어떤 캐릭터가 자신과 가장 비슷한가

▲칼리 앤더슨: 사실 나는 스코틀랜드의 작은 마을 출신이다. 굳이 하나를 고르자면 순진한 배역인 유치원 보조교사 케이트에 가까운 것 같다. 하지만 내 마음 속 어딘가에는 도발적인 루시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상반된 두 캐릭터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표현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실제 연기할 때는 섹시한 루시가 더 재밌다. 성에 대해 직설적인 말들을 날리지만 귀여운 면도 발견할 수 있다.

-한국 관객에게도 유머와 해학이 통할지

▲폴 그리핀: 세서미 스트리트를 알고 있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몰라도 작품 이해에 어려움은 없다. 소재들이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리얼 이슈다. 사랑·취업·성 정체성 등은 현대인들이 안고 있는 문제다. 천연덕스럽게 터부시했던 일들을 전면에 내세운 거다. 한국 관객들이 보수적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재밌어 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 관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뉴욕 식’ 유머는 자막작업을 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 공연할 때도 조금의 변화는 있었다. 하지만 원작의 틀에서 크게 바뀌는 건 없다.

뮤지컬 ‘애비뉴 큐’에서 루시·케이트 몬스터 역을 맡은 배우 칼리 앤더슨이 루시 퍼펫으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사진=설앤컴퍼니).


백수청년 프린스턴 퍼펫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 니콜라스 던컨(사진=설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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