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이번 주말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앞두고 채권시장에서는 기대와 불안감이 교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채권 금리는 특별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고 있다.
28일 채권시장은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할 가능성이 크다. 간밤 대외 재료는 엇갈린 신호를 보냈다. 미국의 경제 지표가 뜻밖에 호조를 보였지만, 유럽 위기에 대한 우려가 위험자산 선호 심리에 제동을 걸었다. 특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유로본드 도입에 반대 의견을 고집해 유럽 위기 해결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전일 채권시장은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수세로 강세(채권 금리 하락)를 나타냈다. EU 정상회의에 대한 불안감에 더해 통화스와프(CRS)와 이자율스왑(IRS) 금리 차이인 스왑베이시스를 통한 외국인의 차익 거래 물량이 유입됐다는 게 시장 참가자들의 설명이다. 외국인은 나흘째 국채선물을 사면서 채권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미결제 계약도 국채선물 값이 오르는 과정에서 꾸준히 증가해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고 있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이날 역시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진다면 채권 시장은 강세 흐름을 보일 수 있다. 대내적으로도 국내 경기에 대한 유럽 위기 파급 효과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내일(29일) 예정된 5월 광공업생산은 이데일리가 전문가 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년 전 같은 달보다 1.3%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전문가들은 유럽 한파 영향으로 수출과 소비가 부진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경기동행과 선행지수 역시 모두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5월부터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된 불황형 흑자의 형태를 띠고 있는 점도 채권 금리 하락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다만, 국채 3년 물 금리(3.27%)가 기준금리(3.25%)와 불과 2bp밖에 금리 차이가 나지 않는 등 레벨 부담이 남아 있는 점은 채권 금리 하락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현물시장에서는 외국인을 제외한 국내 기관들은 채권 금리가 워낙 낮아 추가 매수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주 후반 들어설수록 EU 정상회의에 대한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는 가운데 채권시장은 외국인 매매 동향과 국내 증시에 연동해 움직이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역시 외국인과 국내 증시 동향이 금리 방향성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개장 전 발표된 5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36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유럽 이슈에 묻혀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12조5000억원 규모로 환매조건부채권(RP)을 환매수하고, 정부는 7월 국고채 발행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신상건 기자 adonis@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