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지난 7월 들려온 윈스테크넷의 일본 대형 통신사 납품은 업계에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김대연 윈스테크넷(136540) 대표(사진)가 지난 1일 우리투자증권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일본시장 진출 뒷 이야기를 풀어놨다.
윈스테크넷은 지난 2000년 국내 보안업체들이 난립하던 때 영업을 시작했다. 5∼6개면 충분한 국내 시장에서 20∼30개 업체가 제살을 깎아가며 경쟁을 펼치고 있던 터라 보안업체들에게 해외시장 진출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막상 해외로 나가려고 보니 일본과 유럽 일부 밖에는 없는 거예요. 그마저도 매우 폐쇄적이었고 유지보수 능력도 뒷받침이 안됐죠. 결국 시장이 없는 데 무리하게 나갔으니 고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 보안업체들은 가능성이 보인다 싶으면 일단 현지법인이나 지사를 설립하고 봤다. 하지만 미국 보안업체가 전세계 보안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한국의 작은 보안업체들이 명함을 내밀긴 힘들었다. 시간은 흘러가고 결국 빈손으로 돌아오는 게 다반사였다.
윈스테크넷은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지사 설립 대신 협력사를 물색하는데 공을 들였다. 협력사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본사 직원도 파견했다. 진출 국가 역시 일본으로만 한정했다. 장기전이 가능하도록 전략을 세운 것.
2004년 일본 진출 이후 8년 동안 이렇다 할 실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그동안의 수고가 헛되지 않았다. 올 7월 1년 가까이 진행된 BMT(장비성능테스트)를 통과했고 납품업체로 선정돼 지난 3분기 20여대를 납품하는 성과를 냈다. 그것도 세계적인 보안업체인 미국의 맥아피를 따돌리고 이뤄낸 성과다.
"네크워크 보안 기술이야 자부하지만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맥아피가 지난해 인텔에 인수되면서 의사결정 과정이 다소 느려진 데다 원전 사고로 외국인들이 떠난 것도 영향을 줬다고 할 수 있죠."
첫 납품 후 추가 발주가 이어지면서 일본 사업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 있다. 올해 매출 420억원 중 30억원이 일본 시장에서 발생할 것으로 회사측은 예상하고 있다.
"솔직히 BMT에서 이겼지만 시험삼아 일부 물량만 발주할 줄 알았죠. 첫 납품 장비가 제대로 운영되면서 추가 주문도 들어오고 있습니다."
국내 대표 보안업체인 안철수연구소 역시 일본 시장 진출 12년째를 맞는 올해 45억원 가량으로 역대 최고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 업체에 비해 인지도나 자금력면에서 열세인 국내 보안업체들에 인내와 꾸준함은 필수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