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다시 7000선을 넘어섰다. 대형 반도체주가 상승을 이끌고 수출 호조가 투자심리를 떠받친 결과다. 한국 증시가 오랜 저평가의 굴레에서 벗어나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주가지수의 숫자만 보고 한국 경제 전체가 활기를 되찾았다고 판단하기에는 현실과의 간극이 작지 않다.
내수는 여전히 힘이 약하고 청년들의 취업문은 좁다. 고금리에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자금 사정도 넉넉지 않다. 증시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지수를 끌어올리지만, 다수 기업과 가계가 ‘7000 시대’를 체감하는 것은 아니다. 주가와 실물경제의 차이가 너무 벌어지면 증시 호황도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 투자다. 반도체·AI·바이오·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수십조원 단위의 투자계획과 업무협약이 잇따른다. 그러나 발표와 실제 착공은 다른 문제다. 전력과 용수 확보, 부지 조성, 환경·교통 평가와 각종 인허가를 거치다 보면 몇 년씩 늦어지기 일쑤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도 투자 발표에서 첫 팹 착공까지 6년가량 걸렸다. 대규모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도 발표 이후 전력·인허가·사업성 검토 단계에서 머무는 사례가 있다.
정부가 기업 투자계획의 총액을 정권의 성과처럼 내세우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투자 100조원 발표보다 실제로 공장 몇 곳이 착공됐고, 얼마의 설비가 들어왔으며, 몇 명의 신규고용이 생겼는지가 진짜 중요하다. 사업마다 전력망·용수·입지·인허가의 병목이 무엇인지 공개하고 해소 시한을 정하는 식의 실행력이 절실하다.
코스피 7000은 한국 기업에 대한 나라 안팎의 기대가 커졌다는 신호다. 그 기대를 실물경제의 힘으로 바꾸는 것은 이제부터다. 주가 상승이 기업의 자금조달과 설비투자로, 다시 고용과 소득 증가로 이어져야 한다. 반도체 몇 종목의 상승으로 끝나서는 ‘지수의 호황’일 뿐이다. 증시의 지수 수치도 중요하지만 공장의 착공과 일자리 숫자가 더 중요하다. 코스피 7000이 가계와 기업이 함께 체감하는 경제 회복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 그것이 지금 정책이 해야 할 일이다. 거듭 경계할 일은 몇몇 ‘지수의 함정’에 빠지는 것과 산업부문 간 격차에 기반한 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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