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068h
device:
close_button
X

'피의 금요일'…S&P500 6%↓·나스닥 '약세장' 진입[월스트리트in]

김상윤 기자I 2025.04.05 05:59:16

뉴욕3대지수 5%이상 급락..공포지수 50%↑
트럼프 상호관세에 중국 34% 보복관세
트럼프 "中 잘못하고 있어. 정책 변화없다"
'파월 풋’도 없었다…추가 금리 결정은 ‘신중’
국채금리 급락…10년물 한 때 3.9% 아래로 떨어져
국제유가 4년 만에 최저치…WTI 7.4% 급락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뉴욕증시가 이틀째 폭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에 중국이 똑같이 34%의 보복관세를 매기면서 글로벌 무역전쟁 확산 공포가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시장은 전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약세장’(bear market)에 빠져 들었다. 관세 공포에 따라 ‘패닉셀’이 이어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전쟁 확대로 전 세계 국가들이 휘청거리는 가운데,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가 심각하게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AFP)
◇공포지수 40이상 치솟아...‘극단적 상황’

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5.5% 하락한 3만8314.86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2020년 6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전날 1679포인트에 이어 이날도 2231포인트나 급락했다.

대형주 벤치마크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5.97% 하락한 5074.08를,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도 5.82% 빠진 1만5587.79까지 떨어졌다.

S&P500지수는 2020년 3월 이후 최악의 이틀을 보내며 시총이 무려 5조4000억달러가 증발했다.

나스닥 지수는 지난해 12월 고점 대비 약 21%가량 떨어지면서 약세장(bear market)에 들어섰다. 이미 약세장에 진입한 러셀2000지수도 이날 4.37% 급락한 1827.03까지 추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S&P500지수 추이 (그래픽=CNBC)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무려 50.93% 급등하며 45.31까지 치솟았다. 2020년 4월 이후 최고치다. 급격한 시장 하락기에만 볼 수 있는 극단적인 수준이다.

바우어삭캐피탈파트너스의 에밀리 바우어삭 힐 최고경영자(CEO)는 “강세장은 끝났다. 이념에 사로잡힌 이들과 자초한 상처들에 의해 파괴됐다”며 “단기적으로 시장이 바닥에 가까워졌을 수는 있지만, 우리는 글로벌 무역 전쟁이 장기적인 경제 성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FP)
◇트럼프 기대과 달리…中34%보복관세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34%로 발표한 가운데 중국이 오는 10일부터 모든 미국산 제품에 대해 34%의 추가관세를 부과한다고 맞불을 놓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완전히 엇나갔다. 골드만삭스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관세 인상에 대한 중국의 보복 전략의 변화는 “미중 무역 갈등이 더욱 고조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중국 당국은 미국과 인도에서 수입되는 의료용 시티 엑스(CT X)-선 튜브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고, 미국 회사 두 곳의 가금류 제품 수입을 중단할 예정이다.

중국은 4일부터 사마륨, 가돌리늄, 테르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 등 중희토류의 미국 수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상무부는 성명에서 “중국 정부가 법에 따라 관련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행하는 목적은 국가 안보와 이익을 더 잘 보호하고 비확산과 같은 국제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11개 기업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목록에 추가해 중국이 외국 기업에 대해 징벌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아직 글로벌 각국은 상호관세에 적극적인 보복 조치에 나서지 않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포문을 연 것이다. 세계 경제를 주름잡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보복에 나설 경우 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AFP)
◇트럼프 “中보복 잘못..내 정책 절대 변하지 않아”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을 절대 철회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하자 증시 낙폭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중국의 상호관세 맞대응 보복 조치 발표에 대해 “그들은 플레이를 잘못하고 있다”며 “그들은 당황했다. (이것은)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단 한 가지”라고 글을 올렸다. 그는 또 다른 SNS 글에서 상호 관세 발표로 미국 주식시장이 폭락한 것과 관련해 “미국에 와서 대규모 투자를 하는 투자자들이 있다. 내 정책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며 “지금은 부자가 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프리덤 캐피털 마켓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제이 우즈는 “주말로 접어드는 지금 가장 두려운 것은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미국이 물러서지 않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AFP)
◇‘파월 풋’도 없었다…추가 금리 결정은 ‘신중’

시장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시장을 달래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마저도 없었다. 파월 의장은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높이고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것으로 내다봤지만, 연준이 관세 영향을 좀 더 명확히 파악하기 전까지 금리 인상이나 인하 등 추가 조치를 보류할 것이라고 재차 밝혔다.

파월 의장은 이날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열린 콘퍼런스 공개 연설에서 새로운 상호 관세정책으로 인해 연준이 “매우 불확실한 전망”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은 최근 발표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예상보다 훨씬 크다”고 지적하며, 경제에 미칠 영향 역시 더 클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그는 “관세는 인플레이션 상승과 성장 둔화를 초래할 것이다”면서 “그 규모와 지속 기간은 아직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관세는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지만, 그 효과가 더 지속적일 수도 있다”며 “그러한 결과를 피하려면,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을 잘 관리하고, 효과의 규모와 지속 기간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계속 집중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그는 “우리의 책무는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며 “일시적인 물가 상승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문제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파월 의장은 “정책 기조를 조정하기 전에 상황이 더 명확해지기를 기다릴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며 “지금은 통화정책의 적절한 방향을 말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덧붙였다.

시장은 연준이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침체 우려를 낮춰주길 원하고 있지만, 그는 재차 금리인하에 신중론을 고수한 것이다.

◇테슬라 10.6% 급락…대형은행주도 줄줄이 타격

오른 주식이 거의 없었다. 기술주들이 대거 이틀째 급락했다. 테슬라가 10.65% 급락한 가운데 엔비디아도 7.32% 떨어졌다. 메타는 5.03%, 애플은 7.28%, 아마존 4.15% 등 줄줄이 하락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의 SPDR 수석 투자 전략가인 마이클 아론은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치킨 게임을 하고 있을 수 있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결과를 기다리려고 하지 않는다”며 “일단 먼저 매도하고 나중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며 현 상황을 진단했다.

미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주도 타격을 받았다. 모건 스탠리는 7.5% 하락했고 골드만 삭스는 7.91% 떨어졌다. 씨티그룹과 JP모건 체이스는 각각 7.8%, 7.48% 하락했고 웰스파고는 7.14% 급락했다.

전날 급락한 나이키와 룰루레몬 주가는 각각 3%, 3.15% 상승 반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과 “매우 생산적인 통화”를 가졌다고 밝힌 게 영향을 미쳤다.

◇바닥인가? 더 떨어지나? 월가서 의견 분분

뉴욕증시가 단기간 급락하면서 바닥 신호가 나오기도 한다. 앞으로 베트남처럼 협상에 대한 희소식이 전해지면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다.

월가 강세론자로 꼽히는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는 지금이 바로 하락장을 매수할 때라고 언급했다.

월가에서 ‘채권왕’으로 불린 빌 그로스 핌코 공동 창업자는 소셜미디어 X에 “다음주에 일부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미국 금융시장이 과도하게 레버리지를 일으킨 상태”이며, 현재 그 레버리지가 “가치 판단 없이 해소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이 ‘레버리지를 낀 채 떨어지는 칼(폭락장)’이 바닥을 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직 바닥이라고 보기 이르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리서치 회사 CFRA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샘 스토발은 “역사적으로 경기 침체기에 S&P 500의 후행 주가수익비율은 평균 15.6까지 하락했다”며 “현재는 23을 기록하고 있어, 아직도 하락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예상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수석 투자전략가는 트럼프가 관세에서 벗어나 감세, 에너지 공급 확대, 규제 완화, 부채 한도의 공격적인 증액으로 방향을 전환할 때까지 투자자들에게 위험 자산을 ‘매도’하라고 조언했다. UBS 글로벌 자산 관리의 최고투자책임자 마크 헤펠레는 미국 주식에 대한 자신의 등급을 ‘중립’으로 낮췄다.

10년물 국채금리 추이 (그래픽=CNBC)
◇국채금리 급락…10년물 한 때 3.9% 아래로 떨어져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인 주식을 매도하고 안전자산인 국채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5.5bp(1bp=0.01%포인트) 하락한 4.0%까지 떨어졌다. 장중 3.9% 아래까지 떨어질 정도로 변동성이 컸다.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는 8.1bp 빠진 3.644%를 기록했다. 장중 3.5% 때까지 내려갔지만 파월 연준 의장이 관세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상승할지 지켜보겠다는 신중론을 밝히면서 낙폭을 줄였다.

◇국제유가 4년 만에 최저치…WTI 7.4% 급락

국제유가는 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트럼프발 관세전쟁 여파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면서 원유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다. 이날 ICE 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종가는 배럴당 65.58달러로 전장보다 6.5%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61.99달러로 전장 대비 7.4% 급락했다. 이는 팬데믹 시기인 지난 2021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배너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