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닥터]노폐물 정화 기능 떨어지는 만성신부전증,소변에 거품 있다면 검사해야

이순용 기자I 2024.02.28 06:47:07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정종철 교수(신장병 클리닉), 정기검진에서 소변검사 결과 챙겨야
노폐물 배출 기능 고장나는 ‘만성콩팥병, 평상 시 소변 관찰이 매우 중요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만성콩팥병(만성신부전증)은 우리 몸의 하수처리장이라고도 불리는 신장이 다양한 원인에 의해 손상, 3개월 이상 노폐물 정화 기능의 저하를 보이는 상태를 의미한다. 2023년 질병관리청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8억5천만 명의 인구가 콩팥 질환을 앓으며 유병률이 10%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성신부전증을 겪는 환자들은 신체가 노폐물을 배출하지 못하며 피로, 두통, 가려움증, 오한 등의 증상을 느낀다. 노폐물이 계속 몸에 머무르며 독성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탓이다. 문제는 이렇게 한 번 망가진 신장은 돌이키기 어렵다는 점인데, 이 단계까지 가지 않고 신장병을 조기발견을 할 수 있는 좋은 단서가 단백뇨와 혈뇨다.

◇변기물 내려도 끈적한 거품, 단백뇨 가능성

신장병은 초기에 진단을 하고 치료를 시작해야 건강한 상태로 오래 유지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신장병은 질환이 상당히 진행한 후에나 증상이 나타나며, 그마저도 기운이 없거나, 구역감, 호흡 곤란 등의 신장질환으로 정확히 특정할 수 없는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가 스스로 발견하기가 어렵다.

단, 신장병 초기부터 나타나는 신체 지표가 있는데 바로 소변이다. 신장에서 여과한 물질이 소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인데, 대표적으로 단백뇨와 혈뇨가 신장병의 주요한 지표로 꼽힌다. 두 가지 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소변검사를 통해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환자 스스로 검사가 필요한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잘 알려지기로는 단백뇨의 경우 소변을 볼 때 거품이 크게 이는 ‘거품뇨’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단백질이 소변 내에 있으면 물과 기름 양측에 친화성을 가지며 거품을 유발해서다.

그러나 한 조사에 따르면 거품뇨를 보이는 환자 들 중 약 3분의 1정도에서만 단백뇨가 존재하고, 3분의 2에서는 단백뇨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보고가 있다. 아미노산이나 담즙산 등에 의해서도 거품이 날 수 있다. 거품뇨라 해서 반드시 단백뇨인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정종철 교수는 “여러 층에 걸친 두터운 거품, 변기 물을 내려도 끈적하게 계속 남아있는 거품 등은 단백뇨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신장내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신장에 악영향을 주는 고혈압이 있다면 음식을 짜게 먹거나, 고단백으로 식사를 했을 때 거품뇨가 늘지 않는지 유심히 관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단백뇨 진단 시 치료법 다양… 혈압 및 단백질 섭취 조절 필수

소변검사를 통해 단백뇨를 진단받았을 때는 우선은 원인 질환을 파악해야 한다. 정종철 교수는 “사구체 신염, 당뇨병성 신병증, 고혈압성 신병증 등의 사구체질환과 연관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각자에 맞는 치료를 선택해야 해 일률적인 치료가 존재하지는 않으며, 원인 질환을 감별하는 데는 신장 조직 검사(신생검)가 필요한 경우들이 많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혈압 조절과 단백뇨를 줄이는 목적의 치료는 원인질환을 막론하고 대부분 포함된다. 안지오텐신 전환 효소 억제제,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라는 고혈압 약제가 많이 쓰이며, 저염식, 저단백식이가 권장된다. 정종철 교수는 “당뇨에 의한 단백뇨의 경우 혈당 조절을 더욱 충실히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질환 악화 예방에 도움이 되며, SGLT2 차단제를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규 약제로 비스테로이드성 무기질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길항제도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소변 ‘색깔’ 이상할 때도 의심 필요

단백뇨가 거품으로 발현된다면 혈뇨는 색깔 이상에서 징후를 찾을 수 있다. 육안으로 보일 정도의 붉은색이거나, 갈색뇨, 검정색 소변 등으로 발현하는 경우가 있어 이러한 소변 색깔 이상을 보이는 경우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 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미세혈뇨도 있기 때문에, 혈뇨에 대한 정확한 결과는 소변검사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소변량이 줄었을 때 나타나는 진한 소변색은 소변 내의 담즙산 성분이 농축된 탓일 수 있으나, 이 경우도 과도하게 진한 소변색이 보일 정도라면 간질환 수치를 함께 검사해 담도 폐쇄에 대한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혈뇨를 진단받았을 때 역시 원인 질환 파악이 가장 중요한데, 특히 신장과 방광 등에 암이 생겼을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신장암, 방광암 역시 증상 발견이 어렵고, 암 중에서 예후가 안 좋은 축이지만 혈뇨가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특히 흡연자, 50세 이상의 고령, 남성, 육안 혈뇨 등의 소견을 보이는 고위험군이라면 철저하게 종양 감별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종양이 없고 단백뇨가 동반되지 않은 경우 무증상 혈뇨라고 표현하는데, 이 경우 고혈압이 동반되어 있으면 고혈압을 잘 관리하면서 이후 단백뇨가 발현하는지 경과 추적을 해야 한다. 드물지만 첫 번째 검사에서 악성 종양을 놓치는 경우들도 있어서 이를 추적 및 보완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다.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정종철 교수(오른쪽)가 신장이 손상돼 몸속의 노폐물을 재대로 배출하지 못해 기능저하를 보이는 환자에게 만성신부전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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