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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업체가 매우 한정적인 탓에 공급난이 발생한 FC-BGA 시장에서 반도체 업계 등 고객사들은 여러 혜택을 제공하며 기판 선점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기판을 비싸게 팔아도 대규모로 구매하거나 직접 투자를 통해 원하는 물량을 가져가는 등 눈길을 끄는 제안으로 FC-BGA 공급업체와 협력하고 있는 것이죠. 다만 이런 좋은 기회를 알아채고 영리하게 이용하는 기업 중엔 안타깝게도 한국 기업은 없습니다.
안 사무국장은 “수요공급이 완전히 깨진 상태라 인텔이나 엔비디아, AMD 등 고객사 쪽에서 ‘빅딜(대규모 거래)’로 돈을 준다든가 직접 투자하고, 이익을 굉장히 크게 보장하고 원하는 만큼 가격을 올려주는 등 획기적인 제안을 많이 했다”며 “마트에서 ‘1+1’ 세일을 한다고 보고 덥석 잡아서 바로 투자를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전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반대로 그걸 잘 활용해서 적극 투자한 기업은 일본 기업이나 대만 기업이다. 그래서 20년 전 시장 초창기에 선점해서 돈도 많이 벌고 캐파(생산능력)도, 물량도 많은데 지금도 이익을 많이 보고 있는 것”이라며 “여기에 우리나라 기업이 없다는 게 굉장히 불행한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삼성전기(009150)와 LG이노텍(011070)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자의 ‘대담한 결정’을 통해 투자를 단행하고 국내 중소기업들이 따라갈 수 있는 길을 닦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FC-BGA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선 1~2조 등 조 단위의 투자액이 필요한데 100조~200조원을 반도체 칩에 투자하는 대기업에겐 비교적 적은 투자액이지만 중소기업에겐 진입하기 어려운 금액이기 때문입니다.
안 사무국장은 “FC-BGA는 규모의 사업으로 돈이 많이 필요해서 중소, 중견 기업은 아예 생각도 못 하고 있다. 대기업이 이걸 끌고 가야 한다”며 “해외 기업처럼 과감히 투자해야 시장에서도 고객사가 관심 있게 보고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있는데 그 정도 신뢰할 만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투자를 고민하는 사이 시장에서 소외되고, 시장에서 요구하는 상호 신뢰도 잃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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