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이득을 위해서 국가의 안보와 민생마저 이용합니다. 제 평생의 신념인 정치 교체, 세상교체에 대한 그 열망 또한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오직 국민, 오직 민생만 걱정하는 나라, 정치가 정치다운 나라, 정치가 진정 국민을 걱정하는 그런 정치. 저 이재명이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지난해 3·9 대선이 열리기 하루 전인 3월 8일,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마지막 방송연설 발언입니다. 현재 민주당의 수장이 된 이 대표는 ‘민생’ 카드로 승부수를 다시 띄웠습니다. 국민의 소리를 듣겠다며 현장 방문도 게을리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기시감이 듭니다. 검찰과의 지난한 싸움도 여전합니다. 지난 대선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이 대표의 행보는 ‘대선이 시즌제인가’라는 의구심을 곳곳에서 들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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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열린 이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의 핵심 메시지도 ‘민생’이었습니다. 담담한 목소리로 17분여간 읽어 내려간 기자회견문에는 민생이 6번 등장했죠. 대선 전 마지막 연설에서 10번 등장한 수에 비해선 적어졌지만 여전히 ‘민생’을 강조했습니다.
이 대표는 “막연히 ‘희망’만을 앞세우기엔 국민의 삶이 너무도 힘겹다. 민생경제가 끝을 알 수 없는 시련의 터널로 접어들었다“며 민생경제 위기 돌파를 위한 3대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데자뷔’ 같은 대목은 또 있습니다. 이 대표의 트레이드 마크 정책인 ‘기본 시리즈’를 다시 꺼내 들었다는 점인데요. 지난 대선 당시 실현 가능성을 지적받으며 ‘철회 논란’이 있었던 정책의 완성을 재차 공언했습니다.
이 대표는 ‘기본사회 2050 비전’을 준비하기 위해 미래의 청사진을 분명하게 제시하겠다”며 당내 ‘기본사회위원회’ 설치 계획을 밝혔죠. 대선 당시 공약이었던 △기본 소득 △기본 주거 △기본 금융을 포함한 구체적 얼게도 설명했습니다. 정치 개혁 공약의 일부였던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 도입’을 핵심으로 한 개헌안도 제시했습니다. 이 밖에도 이 대표는 ‘국민속으로, 경청투어’를 통해 일주일에 한 번, 적어도 격주에 한 번씩 지역을 찾아 민심을 챙기기 위한 일에 총력을 쏟고 있습니다.
민생을 챙기고 윤석열 정부를 감시·견제하는 일은 야당의 대표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지만 동시에 지속하는 윤 대통령과의 신경전에 여전히 ‘대선 중’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 대표를 향한 지원사격도 마찬가지입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전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이 대표가 제안한 영수회담에 또 다시 선을 그은 것에 대해 “자신과 표 차 얼마 안 나게 해서 떨어진 그런 사람인데 낙선자를 대우하는 기본도 안 돼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죠.
일각에서는 이러한 행보의 기저에는 ‘대선 불복’이라는 의식이 여전히 남아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불과 0.73%포인트 차이로 윤 대통령에게 패배를 인정하지 못했다는 뜻인데요. 민주당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실정이 큰 만큼 아쉬움이 더 커지는 것도 맞다”며 “그래도 대선과 반복된 전략은 우리(민주당)에도 득 될 것이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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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과의 연속된 공방도 대선의 연장선임을 느끼게 하는 대목입니다. 지난 대선 당시 가장 큰 논란이 일었던 것 중 하나는 이 대표를 둘러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었죠. 문제는 지금도 수사는 진행 중이라는 점입니다.
검찰은 전날 대장동 일당‘을 내부 정보를 주고받은 혐의로 추가 기소했습니다. 또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오는 17일 검찰 조사를 받을 예정으로 알려지면서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가 또다시 예고된 상황입니다.
당내 친명(親이재명계)·비명(非이재명계) 간 설전도 큰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대선 후보 경선 당시부터 계파 간 다툼의 핵심 사안이었습니다. 친명의 ‘단일대오 요구’와 비명의 ‘당과 분리’의 대립은 대선으로부터 아직 헤어나오지 못한 민주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이 대표는 전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당원존에서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당내 상황과 관련해 “싸우는 건 좋은데 우리끼리 싸우는 건 안 된다”며 “그건 이적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지금 엄중한 시기다. 적이 몰려오는데 싸우고, 안 보이는 데서 침 뱉고 발로 차는 것을 줄여야 한다”며 “작은 차이 때문에 내부 공격하지 말자”고 당부를 했죠.
물론 이 같은 이 대표의 행보에 원인을 제공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실정과 턱밑까지 조여오는 검찰 공세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에 응당 맞서야 하는 것도 맞습니다. 다만 끝나지 않은 ‘대선 전쟁’에 국민의 피로감도 누적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뒤돌아보지 마. 해결할 방법은 뒤에 없어. 늘 앞에 있어” 최근 화제인 넷플릭스 드라마인 ‘더 글로리’의 대사입니다. 대선은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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