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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가을 총선 실시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통상 하반기에 내년도 예산안을 수립하는 만큼 차질도 예상된다. 로이터는 “한여름 폭염과 싸워야 하는 골치 아픈 선거운동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현지 정가에서는 극우 성향의 이탈리아형제들(FdI)을 중심으로 한 우파연합이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2일 실시된, 1000여곳에 가까운 지역 행정수장을 뽑는 지방선거에서 이들 우파연합이 승기를 잡았다. 실제 이들 우파연합이 과반을 차지하면 이탈리아형제들의 대표 조르자 멜로니 하원의원이 이탈리아 최초 여성 총리가 될 수도 있다.
이날 오전 마타렐라 대통령실은 성명을 통해 드라기 총리의 사의 표명을 받아들였다면서, 드라기 총리에게 국정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당분간 직책을 유지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드라기 총리의 사의 표명은 전일 상원 표결에 부쳐진 드라기 내각에 대한 신임안 투표에서 비롯됐다. 총 의석의 과반이 넘는 192명이 참석했고, 13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95표, 반대 38표로 안건은 통과됐다. 하지만 드라기 내각을 구성한 주요 정당들이 표결에 대거 불참하면서 사실상 ‘연립정부의 붕괴’라는 평가를 받았다. 드라기 총리와 대립각을 세운 이탈리아 최대 정당이자 연립정부 주축인 오성운동(M5S·Movimento 5 Stelle)은 물론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와 극우당 동맹(Lega)까지 ‘보이콧’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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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기 총리와 오성운동을 이끄는 주세페 콘테 전 총리는 260억유로(약 34조7000억원) 규모 민생 지원 방안과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등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드라기 총리는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출신으로, 지난해 2월 연립정부 붕괴로 사임한 콘테 전 총리의 후임이다. 코로나19 사태와 경제 위기 등의 현안에 비교적 무난하게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치 혼란 우려에 이탈리아 금융 시장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10년 만기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한때 3.75%까지 뛰어올라(가격 하락) 한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탈리아의 대표 주가 지수인 밀라노 증시(FTSE MIB)도 장중 2% 넘게 하락하다 오후 들어 낙폭을 줄여 전거래일 대비 0.71% 하락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