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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감염되면 인격·성격도 바뀔 수 있다?

방성훈 기자I 2022.01.31 12:40:38

감염 후 회복된 환자 다수가 다양한 후유증 시달려
두통·기억력저하·우울증·망상성 장애·환각·언어장애 등
"면역반응서 뇌 손상 가능성"…일부는 자연치유되기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초기였던 2020년 4월 26일. 미국 뉴욕장로교앨런병원 응급실장이었던 로나 브린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같은 해 3월 18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10일 간의 격리조치 이후 업무에 복귀한 지 한 달여 만이었다.

감염 전 브린은 정력적이고 유능한 인물, 존경받는 의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업무 복귀 이후엔 갑자기 정상 범주를 넘어선 흥분 상태를 보이는가 하면 때로는 넋이 나가 있기도 했다. 정신과 병력이 없었지만 가족들은 그를 걱정해 친가가 있는 버지니아 대학병원 정신과 병동에 입원시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로빈은 세상을 떠났다.

(사진=AFP)
31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이 사건 이후 의사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폐나 심장뿐 아니라 뇌를 비롯한 다른 기관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 팬데믹 이후 2년여가 흐른 현재, 많은 연구 등을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신경과 관련된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2021년 5월 11일 의학지 신경과학저널(Journal of the Neurological Sciences)에 실린 한 논문에서는 코로나19 감염으로 입원한 환자 395명 중 91%가 퇴원 이후 반년이 지나도 인지장애, 피로, 우울증, 불안, 수면장애 등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없을 정도의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많은 환자들이 회복된 이후에도 멍한 느낌이 지속돼 생각과 표현을 분명하게 하지 못하는 상태, 일명 ‘브레인 포그’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불안, 우울, 기억력 저하, 언어 장애 등의 증상으로 고통을 겪는 경우도 빈번했다. 닛케이는 중증뿐 아니라 경증까지 놀라울 정도로 많은 환자들에게서 이같은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콜롬비아대학의 신경외과 및 정신과 의사인 모라 보르드리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후 중증 우울증, 환각, 파라노이아(망상성 장애) 등을 겪고 있는 환자들을 진료하는 건 생소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후유증 증상 중 일부는 외상성 뇌 손상, 파킨슨 병, 알츠하이머 병, 헌팅턴 병과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과 같은 뇌와 성격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만성질환 증상과 매우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뇌가 손상되면 이전과는 다른 사람처럼 될 수도 있다”며 “세상을 경험하고, 해석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감정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자신에 대한 생각과 다른 사람과의 접촉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부 사례에선 시간이 지나면 자연 치유되는 경우도 확인됐다. 2021년 초반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던 전직 미 해병대원 아이번 애거튼(50)은 회복한 이후 누군가 자신을 미행하고 있다는 피해망상증에 시달렸다.

그는 집 외부에 특별기동대(SWAT)가 포위하고 있다는 두려움에 시달렸고 두 차례 정신과 병동에 입원했다. 다행히도 애거튼은 6개월이 지나 완전하게 회복됐다. 하지만 환자 상태에 따라 이같은 증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후유증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 것은 뇌 염증이다. 염증 자체는 바이러스 등의 침입을 배제하기 위한 정상적인 면역 반응이다. 면역계는 이물질에 대한 공격을 시작하고, 염증을 유발하는 면역 세포가 혈류를 순환한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증을 비롯한 특정 질환의 경우, 일반적으로는 통과가 불가능한 뇌혈관장벽(혈액에서 뇌 조직으로 이물질이 이동하는 것을 막는 장벽)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제프 브론스테인 박사는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신경학적 증상 대부분은 염증과 면역 반응을 통한 간접적인 영향의 결과로 보인다”며 “염증이 통제불능에 빠지면서 뉴런(신경세포)을 죽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면역계의 과잉 반응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에선 다양한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중증 환자에게는 미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의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의 투여를 허용하고 있다.

아울러 머크와 화이자의 새로운 경구용 항바이러스 치료제 ‘모르누피라빌’과 ‘팍스로비드’는 중증화 위험이 있는 환자의 입원과 사망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닛케이는 “이들 제품은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기 때문에 과도한 면역 반응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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