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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결과 발표가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는 엔지켐생명과학(183490) 행보도 주목된다. 이 회사는 2월 15일자로 6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2상의 최종 시험대상자 관찰을 종료했다. 엔지켐생명과학 관계자는 “임상 결과 공시 시점을 4월말 정도로 예상했지만,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며 “임상 결과 분석 보고서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회사는 녹용(말린 사슴 뿔)에서 기원한 물질인 E-18을 이용해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부광약품도 관심 기업이다. 이 회사는 최근 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임상 2상에서 입증하려고 했던 주평가지표(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음성으로 전환된 환자 비율)의 통계적 유의성을 만족하지 못했다. 치료 성과를 입증하지 못한 셈이다. 다만, 회사는 항바이러스제 레보비르 투약군에서 바이러스 감소 경향이 나타난 데다 경증·중등증 환자 대상의 추가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어 두번째 임상 결과까지 보고 이후 행보를 당국과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이달에 80명의 2상 환자 모집을 끝낼 계획”이라며 “7~8월 정도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083790), 제넥신(095700), 동화약품(000020), 이뮨메드, 녹십자웰빙(234690)의 경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더욱 안갯속이다. 대부분 후발 주자인 측면이 있지만, 국내 코로나 환자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일부 기업은 해외 임상을 병행해 돌파구를 모색 중이지만, 해외라고 상황이 나은 건 아니다. 가령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지난해 7월 1일 국내에서 1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2상 시험 계획을 승인받았지만, 단 한명의 환자도 모집하지 못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관계자는 “미국 임상 2상에 주력하고 있다”면서도 “식품의약국(FDA)에서 독성 시험 보완을 요구받아 4~5개월 정도 걸리는 추가 독성 시험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제넥신과 이뮨메드도 해외 임상에 집중하고 있다. 제넥신은 40명의 국내 임상 1b상 환자 모집을 마치지 못했다. 제넥신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임상 2상의 환자 210명 중 절반 이상은 모집했다”며 “3분기에는 투약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뮨메드도 국내 48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2상 환자를 모집 중이다. 이뮨메드 관계자는 “이탈리아·러시아 및 인도네시아에서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2개의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라며 “환자 모집이 70% 이뤄져 국내보다 해외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동아약품(100명, 2상)과 녹십자웰빙(30명, 2a상)은 환자 모집을 시작도 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국내 임상 속도가 더디거나 해외 임상을 병행 중인 기업은 국내 임상에서 자연스레 손을 떼는 출구 전략을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공식적으로 이런 기업은 아직 없다.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 관계자는 “환자 모집도 어렵지만 치료제를 출시한다고 해도 상업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또다른 문제”라며 “신약 개발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정부가 ‘총력 지원’을 밝힌 백신 개발 기업에 비해 치료제 개발 기업이 소외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또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정부가 많은 지원을 한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는지는 묻고 싶다”고 쏘아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치료제는 백신보다 확실한 게임체인저가 없는 데다 백신과 별개로 필요한 의약품이라 끝까지 개발을 계속해야 한다”며 “성공하지 못했더라도 성과가 없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