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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1351.62포인트(6.38%) 폭등한 2만2552.17에 거래를 마쳤다고 밝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각각 154.51포인트(6.24%)와 413.24포인트(5.60%) 뛰어오른 2630.07과 7797.54에 장을 마감했다.
다우지수의 사흘간 상승폭은 20% 이상이다. 대공황 당시인 1931년 이후 최대치다. 이를 두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역대 최단기 약세장이자, 새로운 강세장의 시작”이라고 표현했다.
사실 이날은 미 노동부가 지난주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발표되는 날이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최근 들어 ‘충격적인’ 실업대란을 점치는 목소리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총 328만3000건으로, 전주(28만1000건) 대비 약 12배로 늘었다. 코로나19 확산을 억지하기 위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각주(州)의 자체적 ‘봉쇄조치’가 사실상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사상 최대 규모인 150만건 수준에 달할 것이라는 게 애초 시장(월스트리트저널)의 예상이었는데, 이보다 곱절이나 더 많은 수치가 나온 것이었다. 지금까지 주간 기준 최대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982년 10월 당시 69만5000건이었다.
그럼에도, 미국 주식시장은 차분함을 넘어, 흥분하는 모습을 연출하기까지 했다. 예상보다 실업자 수가 늘어나긴 했지만, 이미 예견됐던 사안이라는 점에서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날 CNBC방송에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기업들은 현금이 없었고, 어떤 보호 조치가 도입될지 몰랐기 때문에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지금의 숫자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도 폭스뉴스에 “예상했던 결과”라며 개의치 않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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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누신 장관과 나바로 국장의 ‘배짱’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전날(25일) 미국 상원을 만장일치로 통과한 트럼프 행정부의 2조2000억달러(약 2700조원) 규모의 경기 부양 패키지 법안, 이른바 ‘슈퍼부양책’ 효과도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고 예견한 것이다.
이 법안은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기업에 5000억달러를, 연소득 7만5000달러 이하 미국인들에게 1200달러씩의 현금(수표)을 각각 투입하는 등 기업·가계를 총망라해 지원하는 게 골자다. 여기에는 직장을 잃은 근로자에 대한 실업보험을 강화하는 방안도 담기면서 향후 낙담한 실업자들의 숨통을 틔워줄 것이란 기대도 적지 않다.
이날 매우 이례적으로, 그것도 실업수당 청구 건수 바로 직전에 공중파 방송에 출연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다시 한 번 ‘경기부양 의지’를 확인한 점도 증시를 강하게 떠받혔다는 분석이다.
파월 의장은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미 코로나19발 경기침체에 들어갔음은 인정했다. 다만, 과거의 침체와는 결이 다르다고 했다. 그는 “우리 경제에 펀더멘털(기초여건) 상 문제가 없다. 오히려 반대다. 2월까지 경제는 아주 잘 작동했다”고 설명한 뒤, “원칙적으로 우리가 바이러스 확산을 꽤 빨리 통제하게 되면 경제활동은 재개될 것이고, 우리는 반등이 가능한 한 강력하게 이뤄지게 하고 싶다”고 했다.
파월 의장은 “연준은 코로나19발 신용경색이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자금공급에 관한 한 우리의 탄약은 바닥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 15일 제로금리(0.00∼0.25%) 채택과 양적완화(QE) 재개를 공식화한 데 이어 23일엔 무제한 QE를 선언하고, 사상 처음으로 회사채 매입을 시작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대책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더 나아가 그는 “우리는 여전히 경기부양을 위한 다른 측면의 정책적 공간이 있다”며 또다른 정책 수단을 강구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