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12km 실연비 놀라운 포르쉐 파나메라4 E-하이브리드

남현수 기자I 2019.02.16 08:00:00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포르쉐는 2000년대 초반 SUV 카이엔에 이어 4인승 세단 파나메라 출시로 대박을 냈다. 이런 변화에 골수팬들은 반발했지만 카이엔과 파나메라는 포르쉐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연 판매규모 5만대 남짓의 소형 스포츠카 메이커에서 지난해 연 25만대 판매를 기록한 글로벌 메이커로 탈바꿈한 것이다. ‘포르쉐의 DNA는 911이다’라는 말이 있다. SUV 카이엔이든 4도어 세단 파나메라든 '포르쉐가 만들면 스포츠카'라는 의미다. 실제로 카이엔과 파나메라를 몰아보면 스포츠카에 가까운 주행성능을 뽐낸다.

최근 포르쉐는 또 한 번의 변혁기를 맞이하고 있다. 디젤 대신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얹는 것이다. 엄격해지는 배기가스 규제로 앞으로 디젤 라인업은 죽이고 전기차나 하이브리드로 변신하겠다는 전략이다. 포르쉐가 만든 하이브리드는 뭐가 다를지 이번 시승을 통해 꼼꼼히 살펴봤다.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의 외관은 이전 세대에 비해 날렵해졌다. 동글동글한 모습을 탈피했다. 보다 스포츠카다운 디자인이라고 할까. 포르쉐 특유의 변속 시스템인 PDLS 플러스(Porsche Dynamic Light System Plus)를 선택하면 4개의 주간주행등이 점등된다. 전면 디자인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요소다. 한 줄로 이어진 테일램프는 야간에 후면부의 볼륨의 더한다. 고속에서 자동으로 솟구치는 스포일러가 숨겨져 있다. 친환경차임을 뽐내듯 브레이크 캘리퍼는 빨간색이 아닌 연두색으로 치장했다.

실내는 새로운 포르쉐 디자인을 적용했다. 비행기 조종석을 연상시키는 센터페시아는 블랙 하이그로시 재질로 마감했다. 지문 얼룩이 많이 남진 않지만 모든 버튼이 누름 방식이 아닌 터치 형태로 구성된 점은 아쉽다. 스티어링 휠은 두툼해 손에 잘 감긴다. 주행 모드를 조작하는 다이얼이 스티어링휠에 자리잡고 있다. 다이얼 중앙에 위치한 버튼을 누르면 20초간 차의 최대 성능을 뽑아낼 수 있다.

편의장비는 럭셔리 그 자체다. 1열과 2열 시트 모두 열선과 통풍 기능을 지원한다. 뒷좌석 리클라이닝과 야간 주행을 위한 나이트 비전도 마련했다. 여기에 살짝 문을 닫아도 전동식으로 제대로 밀폐해주는 소프트 클로징 도어도 지원한다. 가장 아쉬운 점은 포르쉐가 자체 개발한 내비게이션이다. 회사가 위치한 태릉입구역을 검색했다. '이게 웬걸?' 길찾기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서울역을 검색해봤지만 역시나 깜깜무소식이다. 알아보니 주소 검색만 지원한다. 이마저도 사용하기 위해선 엄청난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정말 쓸모 없는 장비다. 포르쉐 동호회에서 '차라리 내비게이션 가격을 빼달라'는 민원(?)이 나오는 이유가 납득이 된다. 다행스런 것은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한다는 점이다. 스마트폰과 차량 사이에 연결된 USB 라인이 거추장스럽지만 적어도 길 찾는 스트레스를 덜어준다. 후면 디자인을 쿠페 형태로 뽑다보니 트렁크 용량은 405L로 넉넉하진 않다. 골프백 두개를 넣기 위해선 2열 시트를 폴딩해야 한다. 차선유지 보조 기능은 차선 한가운데를 유지하지 못하고 ‘핑퐁’ 하듯 좌우로 움직인다. 또한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이 빠져있다. 스포츠카라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옵션이지만 GT카를 지향하는 파나메라이기 때문에 아쉽게 느껴진다.

이번에 시승한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는 포르쉐 최초의 사륜구동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이미 포르쉐는 918 스파이더를 통해 자사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포르쉐 관계자는 전기모터로만 달리는 E-파워 모드를 유독 강조했다.

처음 시동을 걸고 15km 정도는 엔진을 단 한 번도 켜지 않고 전기차로 주행이 가능했다. ‘이쯤 되면 엔진이 켜질 때가 됐는데?’하고 계기반을 봤더니 아직도 전기로만 주행 할 수 있는 거리가 15km 이상 남아 있었다.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의 전기모드 주행거리는 최대 33km에 달한다. 전기모터는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40.8kg.m을 낸다. 아울러 최고시속 140km까지 엔진의 도움없이 달릴 수 있다.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는 PHEV 모델답게 주유구와 충전구가 따로 위치한다. 14.1kWh의 배터리 용량은 이전 모델 대비 4.7kWh 커졌다. 가정용 220V 전원을 이용해 5.8시간이면 완전 충전이 된다. 더 빠른 충전을 원하면 7.2kW 충전기 옵션을 선택하면 된다. 이 경우 완전 충전까지 3.6시간 걸린다. 차량에 충전기를 직접 꽂아 전기를 충전할 수도 있지만 달리면서도 충전이 가능하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나 스포츠 플러스로 놓고 주행을 하면 발전기를 통해 순식간에 충전된다. 별도의 충전기가 필요 없을 정도다. 문제는 연료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주행 모드로 달려야 하는 게 모순이다. 이 때 차량의 앞뒤에서 들리는 꽤나 자극적인 엔진음과 배기음은 덤이다.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차량이지만 대배기량에 고출력을 내느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규제치를 넘어 서정부가 지원하는 PHEV 보조금 500만원은 받을 수 없다는 게 아쉽다.

주행모드는 E-파워, 하이브리드,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등 4가지가 마련됐다. 가장 고성능 모드는 단연 스포츠 플러스지만 효율과 성능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다면 하이브리드 모드도 운전의 재미를 더해준다. 하이브리드 모드에서도 3가지 세부 모드가 존재한다. 차 스스로 효율을 높이는 하이브리드 오토, 배터리 잔량를 현재 상태로 유지해주는 E-홀드 그리고 배터리를 적극적으로 충전하는 E-차지 모드가 있다. 운전자의 입맛대로 선택 할 수 있다.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의 진짜 심장은 V6 2900cc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이다. 최고출력 330마력, 최대토크 45.9kg.m을 낸다. 전기모터와 출력을 합산하면 최대 462마력에 최대토크는 무려 71.4kg.m까지 치솟는다.

이번에는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 시동을 걸었다. '우르릉'하는 포르쉐 특유의 우렁찬 터보음이 낮게 깔려 들려온다. 고속도로에 접어 들면서 엑셀를 꾹 밟았다. 엔진 회전수가 4000RPM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스포츠카다운 가속력을 낸다. 약간의 변속충격은 느껴지지만 포르쉐 아니면 느낄 수 없는 몸이 시트에 깊게 파묻히는 가속력이다. 길이 5050mm, 공차중량 2240kg에 달하는 육중한 차체가 단 4.6초만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속도에 다다른다. 8단 PDK 자동변속기는 빠르게 기어를 오르내리며 알맞은 기어에 맞물린다. 하지만 무거운 무게가 주는 물리학은 어떨 수 없다. 무거운 차체가 가벼운 몸놀림을 방해한다. 날렵한 핸들링보다는 묵직한 차체가 쏠리는 느낌이 전해진다. 앞 6피스톤, 뒤 4피스톤의 대용량 브레이크 시스템이 달렸지만 고속에서 강한 브레이킹 상황을 만나면 운전자는 부담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시내 주행에서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하이브리드 모드가 제대로 작동해 실연비가 12km/L 이상 나온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가 아니라면 고속도로던 시내던 연비가 두 자릿수 밑으로 떨어지는 경우는 없을 듯하다. 2톤이 넘는 거구치고는 예상 밖의 놀라운 실연비를 보여준다. 에어 서스펜션은 각각 주행 모드마다 차량의 높낮이를 알아서 조절할 뿐 아니라 감쇠력도 알맞게 조절한다. E-파워 모드나 하이브리드 모드로 달리면 도심의 요철을 부드럽게 넘어선다. 스포츠모드나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댐퍼가 단단해지면서 노면을 꽉 붙잡고 물고 늘어진다. 과격한 스티어링휠 조작에도 정확한 라인을 그리며 코너를 빠져나온다. 여기에 4륜구동의 든든함도 더해진다.

포르쉐는 '잘 달리는 차'를 제대로 만들 줄 아는 브랜드다.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도 두 말 할 것 없다. 거기다 리터당 12.3km를 주행하는 연비는 덤이다. 전동화 시대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혹자는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에는 운전의 재미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포르쉐가 만든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는 확실히 다르다. 운전의 즐거움을 살리면서 배기가스 없는 차를 만들어낼 단초가 보이는 게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다. 그런 실험적 모델이라 그런지 가격은 1억8040만원이다. 가성비 측면에서 보면 지갑을 열 때 한 두번 고민할 저항선으로 보여진다.

한 줄 평

장점 : 과격한 스포츠 드라이빙에도 리터당 10km 이상을 뽑아내는 놀라운 연비

단점 : 무거운 차체의 다소 둔한 몸놀림..왜 달아놨는지 의문인 엉망 내비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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