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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용익의 록코노믹스]일본 음반에는 왜 보너스트랙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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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용익 기자I 2018.05.12 08:08:08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1997년 동두천 캠프 케이시 주한미군 부대에서 카투사로 군복무를 할 때의 일이다. 룸메이트였던 윌리엄스 이병이 메탈리카의 모든 곡을 컴팩트 디스크(CD)로 가지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희귀 음반인 “The $5.98 E.P. / $9.98 CD: Garage Days Re-Revisited”까지 소장하고 있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윌리엄스에게 “So What?”이라는 곡도 있느냐고 물었다.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이 곡은 흔히 ‘블랙 앨범’으로 불리는 메탈리카의 다섯번째 스튜디오 앨범의 일본판 보너스 트랙이다. 일본에서는 1991년에 발표된 곡이지만, 미국 등 다른 나라에는 1998년에야 소개됐다. 당시로서는 그가 모르는 게 당연했다. ‘보너스 트랙’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된 윌리엄스는 그날 이후 일본판 CD를 모으는 데 몰두했다.

메탈리카의 5집(1991년) 일본 라이센스반 사이드라벨에는 보너스 트랙 1곡이 추가됐다는 소개가 써 있다.
메탈리카뿐이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유명 뮤지션들은 대부분 일본에서 앨범을 발표하면서 보너스 트랙을 제공한다. 언뜻 유난히 충성심이 깊은 일본 팬들을 위한 특별한 배려처럼 보여서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 소비자들의 불만과 부러움을 동시에 사고 있다.

하지만 알고보면 속사정은 복잡하다.

일본은 인건비 등 제조비용이 높고, 유통 구조도 복잡해 똑같은 제품이라도 소비자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 CD가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11.99달러(약 1만2800원)인 음반을 일본에서 수입해 판매하면 1600엔(약 1만5600원)이지만, 일본 레코드 회사에서 라이센스 발매하면 2800엔(약 2만7300원)이다.

똑같은 뮤지션의 동일한 앨범도 미국에서 수입한 CD보다 일본에서 라이센스로 발매한 음반이 더 비싼 상황에서 발생하는 ‘교차수요’를 막기 위해 보너스 트랙을 수록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일본 레코드 회사들의 마케팅 전략인 셈이다.

교차수요란 시장에서 비슷한 제품을 A와 B가 판매할 때 A의 제품 가격이 낮을 경우 B의 상품 수요가 A의 상품 수요로 옮겨가는 것을 말한다. 대체재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메탈리카와 메가데스는 커피와 홍차처럼 대체재가 될 수 있지만, 메탈리카의 5집 수입 음반과 라이센스 음반은 교차수요에 가깝다.

그렇다면 일본 밴드인 엑스 재팬이나 글레이의 CD는 왜 외국 아티스트의 라이센스 음반과 똑같이 비쌀까? 이는 일본 뮤지션들은 해외에서 음반을 발매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교차수요가 없는데 굳이 낮은 가격에 판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한편 일본 국내 아티스트의 음반이든 해외 뮤지션의 앨범이든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 시대에 CD 한 장에 3만원 가까운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일본 소비자들의 CD 선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음악산업협회(RIAJ)가 2017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일본인의 34.4%는 CD로 음악을 듣고, 27.0%는 CD에서 추출한 음원을 통해 감상한다. 음원을 다운로드해서 듣는 소비자는 9.7%, 라디오 청취자는 8.7%, 무료 스트리밍 이용자는 6.0%, 유료 스트리밍 이용자는 3.9%였다. 스포티파이가 일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메탈리카 5집(1991년) 일본 라이센스반에는 13번째 트랙으로 보너스 트랙 “So What?”이 수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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