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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이달 30일을 끝으로 1년간의 한국회계학회 회장직을 마치게 되는 손성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를 28일 신촌에 있는 연세대 경영관 연구실에서 만났다. 1년간 학회장을 맡으면서 당국의 회계제도 개선방안 연구용역이라는 큰 숙제를 해낸 손 교수는 부분적으로 도입된 감사 지정제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감사인등록제도나 등급제, 감사 보수한도 설정 등 미처 도입하지 못하고도 논의만 진행했던 대책들에 대한 아쉬움이 일부 묻어나기도 했다.
그러면서 손 교수는 기업 분식회계에 대한 책임이 외부감사를 진행하는 회계사들에게만 너무 가혹하게 적용되는 현실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회계법인 통제의 잘못을 물어 회계법인 대표까지 처벌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보였다.
다음은 손 교수와의 일문일답 내용.
-1년간의 학회장을 맡으면서 했던 일 가운데 가장 의미있었던 일은.
△회계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금융당국이 발주한 연구용역이 가장 큰 일이었고 이 작업을 작년 8월부터 근 6개월에 걸쳐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물론이고 회계법인을 대표한 한국공인회계사회와 기업측 입장을 대변하는 상장사협회의와 코스닥협회 등과 함께 작업했다. 회의도 꽤 많이 했고 이 과정에서 감독당국과 회계업계, 기업 의견을 고루 청취해 방안을 만들었다.
-연구용역에서 주로 논의했던 대책은 어떤 것들이 있었나.
△지난 35년간 외부감사인을 기업이 자유롭게 수임하는 자유수임제도가 시행돼 왔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이다보니 외부로부터의 어느 정도 압력이 필요하다는 게 공통된 문제 인식이었다. 그것이 구체화된 게 바로 지정제였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지정감사제로 갈 경우 수임료가 뛰다보니 당연히 반대했지만 결국 부분적으로 지정제가 도입됐다. 대책에 포함은 안됐지만 감사인등록제도 꽤 오래 논의된 사안이다. 현재로서는 회계사 10명만 있어도 회계법인을 만들 수 있다보니 일종의 자격 규제를 하자는 것이다. 앞서 2013년에 이 감사인등록제는 거의 현실화될 뻔 하다 실패했었다. 등급제도 논의했다. 다만 이는 대형과 중소형 회계법인간 이해관계가 달라 공인회계사회도 의견을 내지 못했다.
-최중경 공인회계사회 회장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감사 보수한도 설정은.
△이렇게 마련된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개정안에 감사 보수한도 설정방안도 포함되지 못했다. 공인회계사회측에서는 회계는 일종의 공공재인 만큼 저가 수임으로 인한 회계감사 품질 저하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 큰 만큼 보수한도를 정하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쟁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그나마 절충 차원에서 강제조항은 아니어도 공인회계사회가 표준감사 시간을 제시하는 방안은 담기게 됐다.
-이 정도 대책으로도 효과를 기대하나.
△일단 일반기업 50%는 현행 자유수임제를 유지하더라도 10%는 직권지정제를, 40%는 선택지정제를 도입하도록 함으로써 자유수임제의 폐단을 고치는 방향으로 한발 진전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결국 한국적 상황에서는 자유수임제만으로는 안된다는 걸 모두가 인정했다는 게 중요하다. 특히 선택지정제의 경우에도 6+3년으로, 외부감사를 해당 기업이 3곳 제안하면 그 중 하나를 당국이 낙점하는 형태로 자유수임제와 지정제를 절충했다는 점에서 당국이나 기업 모두를 고려할 수 있었다. 지정제 성격이 도입되면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순 있지만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순기능이 더 크다고 본다.
-최중경 회장도 그렇고 회계업계에서는 분식회계 등에 대한 제재에 있어서 회계사들에게 너무 가혹한 조치가 내려진다는 불만이 큰데.
△어느정도 합당한 주장이라고 본다. 분식회계에 대한 책임은 1차적으로 기업에게 있다. 회계는 해당 기업의 것이기 때문이다. 회계사는 기업의 회계 내용을 들여다보고 이를 인증하는 것일 뿐이다. 한국의 회계 인프라가 아직은 약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회계사가 대신 회계를 작성해주는 식의 일이 아직도 일부 남아있다는 점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분식회계가 적발됐을 때 회계사 뿐만 아니라 회계법인 대표에 대해서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에서 반대하는가.
△그렇다. 한 회계법인만 놓고 봐도 대표가 서명해야 하는 외감기관만 수 천개씩에 이를 것 같다. 이 모두를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서명하기가 쉽지 않다고 봐야 한다. 결국 회계법인 대표를 처벌하자는 건 회계사들의 통제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인데, 결국 책임은 회계사와 그 담당 파트너가 져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대표까지 처벌하자고 한다면 결국 대표를 여러 명 두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규제를 피하고자 하는 편법 수요만 늘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