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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 맞은 해비치 페스티벌…국내 최대 규모 아트마켓 정착

장병호 기자I 2017.06.15 06:01:39

한문연·제주특별자치도·문예위 공동 주최
문예회관·공연예술 관계자 1324명 참석
가시적 성과보다 단체간 교류에 초점
'페스티벌'다운 공연 프로그램 아쉬워

지난 12일 제주 해비치 호텔&리조트 제주에서 열린 '제10회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 개막식(사진=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제주=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이 어느 새 10년이 됐다. 이렇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니 한국판 에든버러 페스티벌처럼 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13일 제10회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제주 해비치 호텔&리조트 제주. 이곳에서 만난 이종덕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장은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을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비교했다. 행사를 주최하는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의 초대 회장을 맡았던 이 원장은 “행사 규모가 나날이 커지는 것을 보니 뿌듯한 기분이다”고 감회를 밝혔다.

△전국 문예회관·공연예술 단체 교류의 장

지난 12일 개막한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이하 해비치 페스티벌)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이하 한문연)·제주특별자치도·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행사다. 전국 문예회관 종사자와 공연예술 관계자가 한 자리에 모이는 대규모 공연예술 마켓 겸 교류의 장으로 15일까지 열린다. 올해는 총 385개 기관(문예회관·공연예술 단체 포함)에서 1324명이 참가했다. 지난해보다 45개 기관이 늘어나고 158명이 증가한 수치다.

해비치 페스티벌은 2008년 문예회관의 친목 도모를 위해 시작했다. 현재는 공연예술 유통을 위한 마켓 중심의 행사로 진행되고 있다. 국내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공연예술 마켓으로는 최대 규모다. 성악가 출신인 김혜경 한문연 회장은 “예술인으로 활동하면서 공연예술 단체도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공연예술 단체가 공연을 보다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도록 아트마켓을 활성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제주에서 쉬멍, 축제에서 놀멍!’을 슬로건으로 축제를 열고 있다. 메인 프로그램은 공연예술 단체들이 홍보 부스를 마련하는 ‘아트마켓’이다. 올해는 총 158개 단체가 참여해 공연 알리기에 나섰다. 음악(30개), 뮤지컬(28개), 연극(24개), 다원예술(22개)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대부분의 단체들은 문예회관과의 공연 계약 등 실질적인 성과보다 관계자와의 네트워킹에 의미를 뒀다. 뮤지컬 제작사 HJ컬쳐의 한승원 대표는 “공연 종사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매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며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보다 많은 사람을 만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행사에 참여한 전통예술 단체 소나기프로젝트의 장재효 대표는 “해비치 페스티벌에 대해서는 익히 이름을 들어 잘 알고 있었다”면서 “우리 공연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참가했다”고 했다.

아트마켓을 통해 지역 문예회관 공연이 성사된 경우도 있다. 공연기획사 라이브가 제작한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는 지난해 아트마켓에 참여한 결과로 올해 지역 문예회관 네 군데에서 공연을 한다. 개그맨들이 만든 쇼그맨엔터테인먼트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참가했다. 쇼그맨엔터테인먼트에서 활동 중인 개그맨 정범균은 “지난해 행사가 끝난 뒤 지역 문예회관으로부터 많은 연락을 받았다”며 “어느 정도의 성과가 있어 올해도 참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제주 해비치 호텔&리조트 제주에서 개막한 '제10회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 아트마켓 현장(사진=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경제적 효과 190억원…일반인 참여 부족 아쉬움도

한문연 측에 따르면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의 경제적 효과는 190억원 정도다. 최대원 한문연 문예지원부장은 “행사에 참석한 문예회관을 대상으로 그 다음해에 실질적으로 예술단체와 얼마나 네트워킹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하고 있다”며 “2014년의 경우 190억원 정도의 경제 효과가 창출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공연 특성상 아트마켓에서 바로 계약이 이뤄지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이에 한문연은 ‘가계약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공연예술 단체와 가계약을 맺은 문예회관이 다음해 실제로 공연을 올릴 경우 한문연이 일정 금액을 문예회관에 지원해주는 제도다.

다만 아직까지 가계약 제도가 완전히 정착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트마켓에서 만난 공연예술 단체 관계자들 중 가계약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문예회관 입장에서도 아트마켓을 통해 공연을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문예회관의 한 관계자는 “올해 공연 일정은 이미 다 정해진 상태라 아트마켓에서 아무리 좋은 공연을 만나도 올해 공연을 진행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여러 공연단체를 만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참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르에 따라 공연예술 단체간의 ‘부익부빈익빈’ 현상도 눈에 띄었다. 연극·뮤지컬·음악 등 대중적인 장르의 경우 문예회관 종사자들이 부스를 가득 채운 반면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한 전통공연 부스는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부스 위치에 따라 각 단체별 참가비도 따로 책정돼 있다. 한 공연예술 단체 관계자는 “입구와 가까운 자리라고 해서 참가비를 조금 더 내고 왔는데 막상 현장에 와서 보니 기둥 뒤 좁은 자리라 아쉬움이 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페스티벌’을 내세운 만큼 공연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제주 해비치 호텔&리조트 제주에서는 쇼케이스가, 제주문예회관·제주아트센터·서귀포예술의전당 등 제주 전역 공연장에서는 ‘제주인(in)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공연이 열린다. 올해는 10주년을 맞아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특별음악회와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 ‘팬텀싱어’ 우승팀 포르테 디 콰트로가 출연하는 전야제도 개최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제주 시민을 포함한 일반 관객의 행사 참여 비중은 높지 않은 편이다. 13일 제주 해비치&호텔 리조트 제주 크리스탈홀에서 열린 그룹 새바의 쇼케이스에서는 일반 관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문연 관계자는 “제주 지역에 있는 공연장이 문예회관 3개를 포함해 총 6개뿐이라 더 많은 공연을 진행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향후 공연 프로그램을 보다 풍성하게 갖추고 유료화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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