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고통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말 그대로 경제고통지수의 변화가 그것을 말해준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경제고통지수는 6.4로, 2012년 1분기(6.8)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합산한 수치가 경제고통지수라는 점에서, 일반 서민들이 물가 및 일자리 부족으로 생활에 압박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아닌 게 아니라, 물가는 최근 가파른 상승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굳이 지난 1분기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2.1% 상승률로 지난해 같은 기간(0.9%)에 비해 1.2%포인트 올랐다니, 서민들의 장바구니에 미치는 여파를 충분히 떠올릴 수 있다. 국제유가가 반등하고 식탁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른 결과다. 계란·맥주·콜라 등 생필품 가격에 지자체별로 상하수도·지하철 등 공공요금 인상도 이어지고 있다.
물가가 임금에 비해서도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는 사실이 심각하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물가상승률이 24.6%로 나타나 근로자 평균명목급여 인상률(21%)을 앞질렀다는 게 한국납세자연맹의 조사 결과다. 물가가 그만큼 근로자들의 실질 연봉을 잠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아무리 월급이 올라도 물가를 따라잡지 못하면 구매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실업난까지 감안하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1분기 기준으로 올해 실업률은 4.3%로, 2010년(4.7%)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조선·해운업종을 포함해 각 분야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실업자가 계속 길거리로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대학을 졸업한 사회 초년생 중에서도 아직 일자리를 잡지 못한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50만명을 넘어선 마당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금방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 추세로 미뤄본다면 오히려 더 악화될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내달 대선 결과와 함께 곧바로 들어서는 새 정부도 서민들의 이러한 경제적 고통을 풀어주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어설픈 처방을 내세워 가볍게 달려들다가는 골병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은 성장전략이 앞세워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