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톺아보기]증권사들의 3·4·8 레이스

박수익 기자I 2016.09.10 08:40:00
,국내외 증권사 자기자본 비교표(자료: NICE신용평가, 단위: 조원)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오늘은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초대형 투자은행(IB)과 관련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7월 초대형 투자은행 기준을 발표했고, 증권사 입장에서는 기준을 충족하면 그동안 하지 못했던 업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주목해봐야할 증권사들이 있습니다. 투자은행 기준은 자기자본인데요. 각각 3조원, 4조원, 8조원의 자기자본을 가지면 단계별로 할 수 있는 업무들이 늘어납니다. 이를 위해 증권회사별로 유상증자를 하거나 다른 증권사를 인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투자은행 육성방안과 증권사별 전략이 과연 투자자 관점에서는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사실 증권사의 방향과 투자자의 방향이 때로는 일치하지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어느 증권사가 초대형투자은행 기준을 맞추기 위해 몸집(자기자본)을 늘린다면, 가장 일반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유상증자입니다. 주주들을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해서 자본을 늘리는 것입니다. 이는 멀리보면 증권사가 새로운 사업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이지만, 자본을 늘리는 만큼 실적이 따라가 줄 것이냐는 문제도 있습니다. 자본의 효율적 활용 문제, 흔히 얘기하는 자기자본이익률(ROE) 유지 문제와도 마주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기존 주주 입장에선 현재 내가 가진 지분이 희석되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있을 것입니다.

자본확충의 방법에는 유상증자 외에도 이익을 다른데 쓰지 않고 유보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는 단기적으로는 주주에게 배당매력의 문제와 연결됩니다. 이러한 점들을 회사별로 살펴보면 제각각 특성이 있습니다.

미래에셋은 현재 미래에셋대우(006800)(옛 대우증권)와 미래에셋증권(037620)이 합병작업 중이기 때문에 합병 이후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자기자본 6조7000억원으로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덩치 큰 회사가 됩니다. 3단계(3조·4조·8조원)의 투자은행 인가기준에서 4조원을 여유 있게 충족하면서 최상단인 8조원에 가깝게 다가섭니다. 미래에셋으로선 가시권에 있는 8조원을 충족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강구할 텐데요. 우선 유상증자를 하기에는 규모가 다소 애매하고, 증권의 대주주인 미래에셋캐피탈의 증자 여력도 따져봐야합니다. 모회사가 자회사보다 덩치가 작고, 여신전문금융업법이라는 법적 규제 문제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두 가지인데요. 올해 벌어들이는 이익을 유보시키는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이익을 많이 유보시키려면 배당을 이전보다 적게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또 다른 방법은 미래에셋 합병증권사가 보유할 자사주를 매각해 자본을 확충하는 것인데요. 다만 이는 자본확충의 수단이기는 하지만 취득가와 시가를 고려한 처분가격 차이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NH투자증권(005940)의 자기자본은 4조6000억원 수준입니다. 3단계(3조·4조·8조원)의 투자은행 인가기준에서 일단 4조까지는 넘어섰는데 8조원까지는 좀 멀게 느끼지는 상황입니다. 마라톤으로 따지면 반환점은 돌았으나 결승점은 아직 많이 남은 상황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8조원을 맞추겠다고 대규모 유상증자를 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보충해야할 금액도 많고, 무엇보다 투입한 노력만큼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를 먼저 고려해야합니다.

NH투자증권 대주주인 농협금융지주의 증자 여력도 따져봐야합니다. 농협금융지주는 핵심자회사 농협은행이 현재 취약업종 구조조정 여파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다른데 돈을 쓰지 않고 리스크관리에 집중해야하는 상황입니다. 이 얘기는 농협금융지주 입장에선 NH투자증권이 자신들에게 더 많은 배당을 해주길 바라는 상황이라는 의미입니다. 배당금은 모든 주주에게 나눠주는 것인 만큼 일반주주들도 NH투자증권의 배당정책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투자은행 업무란 것은 사업을 확대할수록 리스크도 커지기 때문에 어떻게 리스크 관리를 더 강화할 지도 고민해야하는 분야입니다. 현재 리스크 관리와 씨름하고 있는 농협금융지주 계열의 의사결정이 당분간은 보수적으로 흐를 수 있습니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단기적으로 안정적 배당을 원하느냐, 아니면 좀 더 회사가 공격적으로 확장해서 가치를 높이길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판단이 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금융지주(071050)는 한국투자증권을 자회사로 두고 있습니다. 자기자본 3조2000억원 수준인 한국투자증권은 다음 단계인 4조원이 가깝기 때문에 일단 4조원을 채워야겠다는 판단을 한다면, 유상증자나 다른 증권사 인수 검토 등의 전략이 가능합니다. 비상장사 한국투자증권이 증자를 하면 상장사이자 증권 지분 100%를 가진 한국금융지주가 자금을 마련해야합니다. 이러한 점이 사실 그동안 한국금융지주 주가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재료이기도 했습니다. 유상증자는 장기적으로 한국금융지주의 핵심자회사 한국투자증권에게 새로운 사업기회를 주는 기회가 되지만, 어떤 명확한 방향 제시 이전까지 한국금융지주 주주들에게는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삼성증권(016360)의 자기자본은 3조4000억원입니다. 금액만 보면 한국투자증권보다 삼성증권의 자본확충 욕구가 더 강해야하는게 맞습니다만 아직 명확한 입장발표가 없습니다. 삼성증권은 그룹차원에서 금융계열사들을 어떠한 방향으로 가져가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증권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매각설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삼성증권의 1대주주인 삼성생명(032830)이 지분을 확대하면서 금융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에 무게가 더 실리기도 합니다.

중장기적으로 금융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금융지주에 증권영역도 계속 가져간다면 삼성증권의 자사주에 주목해봐야 합니다. 삼성증권 자사주를 삼성생명이 사들이면 증권 지분을 30% 확보하면서 금융지주회사 요건에 한발 더 다가서고, 삼성증권은 자사주 매각금액만큼이 자기자본을 확충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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