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금융위원회가 발표를 준비 중인 ‘회사채시장 활성화 방안’은 회사채 시장이 안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하는 ‘양약’이 아니라 혈액 순환을 돕고 기를 보충해주는 ‘한약’과 같은 처방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시장은 회사채 등급 간 양극화, 그중에서도 신용등급 ‘A급’ 기업의 자금난을 해결해주길 원했으나 정부는 어려운 문제는 일단 나중에 풀기로 하고 현실적으로 풀 수 있는 문제부터 풀기로 했다. 시장이 기대했던 △연기금의 회사채 투자 가이드라인 완화 △펀드매니저의 면책 인정 △펀드 신용평가제 도입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적재산권, 매출채권, 영업권 등 담보부사채의 담보 범위를 넓혀준 것은 “의미 있는 시도”라고 입을 모았다. 물론 지적재산권, 특허권과 같은 무형자산에 대한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평가기법이 무르익지 않았고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회계상 인식되는 영업권 등을 과연 신용보강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투자금융(IB)의 영역에서 시행착오를 거쳐 평가가 내려질 몫이고 담보의 대상을 포괄적으로 열어주는 것은 의미 있는 규제 완화라는 것이다.
또 신용등급이 투기등급(BB+) 이하로 떨어진 기업도 우량 자산만 있으면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할 수 있게끔 ABS 발행 요건을 완화해 준 것은 채권시장 참여자들이 오랫동안 요구해 온 해묵은 체증이 내려간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ABS는 기업 신용도가 아니라 담보 자산을 활용해 현금을 조달하는 것이므로 기업의 신용도를 따질 필요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동성 위기를 겪는 해운사들은 ABS의 담보 자산으로 용선계약을 들 수도 있는데 기업 신용등급이 낮으면 담보가 있어도 이를 유동화할 수 없었다”며 “신용등급은 낮지만 토지, 건물, 기계장치 등 담보자산이 많은 조선사나 해운사들의 자금조달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전체 재산을 포괄적인 담보로 인정하는 이른바 ‘기업담보권 제도’도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도입하고 있어 실현 가능한 제도를 금융위가 잘 찾아냈다고 평가한다. 가령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은 보유 자산뿐만 아니라 오너의 경영권까지 담보로 내놓고 자금을 조달하는 형태가 선진국에선 이미 활성화돼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회사채시장의 풀리지 않는 숙제인 ‘A급’ 회사채 수요 부족과 등급 간 양극화 문제는 언젠가는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라고 한 목소리로 조언했다. 또 법령이나 시행령을 고칠 필요 없이 도입할 수 있는 자체 신용도(독자신용등급) 공시 제도는 ‘A급’ 회사채 사이에서 옥석가리기를 할 수 있어 정상기업들의 자금 애로를 풀 수 있는 묘안이 될 수 있다. 채권형 펀드 신용평가도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기 때문에 정부의 결단과 시장의 호응이 뒤따라 준다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수도 있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회사채 활성화 방안은 두서너달이 더 걸려도 채권시장에 필요한 것을 제대로 반영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책 발표 이후에도 계속해서 부처 간, 관계 기관 간 조율로 해결 의지를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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