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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는 이날 총 5295억유로 규모의 2차 대출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12월 1차 대출 규모인 4890억유로를 크게 웃도는 것. 1, 2차 대출을 합치면 ECB는 총 1조유로가 넘는 돈을 시중에 푸는 셈이다. ECB의 대출 지원은 당장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은행권에 도움이 된 게 사실이지만 부작용 역시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유럽 국가 중 ECB의 재원을 가장 많이 부담하는 독일로선 ECB의 `퍼주기식` 은행 지원 조치가 달가울 리 없다. 바이트만 총재 역시 이 같은 마음에서 드라기 총재에게 항의성 서한을 보낸 것이다. 바이트만 총재는 ECB가 1차 장기대출에 나설 당시에도 비판적인 태도를 취한 바 있다.
바이트만 총재뿐만 아니라 ECB의 무제한적인 유동성 공급 조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금융권 관계자들도 상당수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피터 샌즈 스탠다드차타드(SC) 최고경영자(CEO)는 "ECB가 무책임하게 돈을 풀고 있다"며 "이는 또 다른 위기의 씨앗을 뿌리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ECB의 유동성 공급 조치는 출구 전략인지도 확실치 않다"며 "만기가 돌아오는 3년 후에 은행들로부터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로렌조 비니 스마기 전 ECB 집행이사 역시 샌즈 CEO와 같은 의견이다. 그는 "ECB의 대출로 은행들은 쉬운 자금 조달 방법에 중독될 수 있다"며 "이는 은행권이 스스로 위기를 헤쳐나가려는 의욕을 꺾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