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세형기자]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을 위해 방남한 북측 조문단이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하자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왔다.
외교 관례상 공개치 않기로 했다고 밝혔던 청와대측은 일단 강력 부인했다. 하지만 이대통령이 누차에 걸쳐 정상회담을 언급해 왔고, 북측이 다소 고개를 숙여가면서까지 대통령 면담을 추진했던 것을 감안하면 북측의 남북정상회담 제의가 청와대가 밝힌 것처럼 절대 아니라고 볼 수만도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24일 청와대는 "23일 이명박 대통령의 북한 조문단 접견에서는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일반적인 논의가 있었을 뿐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과 같은 남북정상회담 관련 사항은 일체 거론된 바가 없었다"고 보도해명자료를 냈다.
이날 중앙일보와 조선일보가 각각 여권 핵심 관계자와 정부 관계자 입을 인용, 북측 조문단이 면담에서 정상회담을 열기를 희망한다는 김정일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보도한 것에 대한 청와대측의 공식 입장이다.
청와대측이 부인했지만 청와대 안팎에서는 북측 조문단이 실제로 정상회담을 제의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당초 면담을 꺼려하던 청와대측이 북측 조문단의 면담을 결국 받아준 데에는 김정일 위원장의 메시지에 무언가 파격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라는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북측 조문단이 낭독한 구두 메시지에 정상회담의 직접 언급은 없지만 북측 조문단이 면담 도중 정상회담의 뉘앙스를 풍기는 발언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햇볕정책아래 추진된 6·15 선언과 10·4 합의를 이행할 것을 북측이 요구했기 때문에 햇볕정책과는 다른 비핵개방3000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로서는 그같은 제의를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취임이후 정상회담을 비롯한 대화 의지를 꾸준히 천명해 왔기 때문에 그에 대한 화답 차원에서도 정상회담 제의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이대통령은 취임식때 "남북정상이 언제든지 만나서 가슴을 열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회는 열려 있습니다"고 말했고, 지난해 4월 CNN과 인터뷰에서도 "김정일 위원장이 결단을 내려주면 언제든 만나겠다"고 언급했다. 이것들을 포함해 청와대가 내놓은 대북 관련 이대통령 발언록에서 정상회담이 직접 언급된 것만도 네번이나 된다.
이대통령은 또 최근 광복절 기념식에서 "우리 정부는 언제, 어떠한 수준에서든 남북간의 모든 문제에 대해 대화와 협력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음을 분명히 밝혀두는 바"라고 이야기한 바 있으며, 청와대측은 이 역시 남북정상회담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대통령은 북측 조문단 면담에서 우리 정부의 일관되고 확고한 대북 원칙을 설명하면서도, "남과 북이 어떤 문제든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간다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역시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물론 북한측의 핵포기 진정성이 담보돼야 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 협력이 가능하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