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지마씨는 혼자 부임해 서울 연희동의 원룸에서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고 있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로 80만원(약 10만엔)을 냅니다. 도쿄에서는 아내와 세 아이가 방4개짜리 공영아파트에 사는데, 보증금 없이 월세 13만엔(약 100만원)입니다. 방값을 따지면 서울에서 혼자 사는 게 도쿄에서 네 식구 사는 것과 비슷한 겁니다.”
그는 서울의 집값 수준을 묻자, 1990년대 초 일본의 거품 붕괴 때의 느낌과 비교했다. “당시 도쿄 집값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거품이 붕괴됐습니다. (부동산에 대해) 아는 외국인들은 지금 서울 집값이 너무 이상하다고 해요.”
스캔런씨는 한국에 오기 전 일본에서 근무했다. 그는 “서울 집값은 도쿄에 못지않다”며 “홍콩을 제외하면 서울은 아시아의 다른 도시보다 집세가 3~4배 비싼 것 같다”고 말했다.
주말에 산이나 해변을 찾는다는 스캔런씨는 비싼 호텔값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아시아 다른 곳에선 150~200달러 주면 아주 고급스러운 호텔에서 머물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그저 그런 평균 수준 호텔비밖에 안돼요.”
◆음식값
고향 로스앤젤레스에서 대학까지 마친 먼귀아씨는 한국의 채소값에 혀를 내둘렀다. “대형 마트에 갔는데 유기농 채소에 적혀진 금액을 보고 놀랐죠. 왜 LA보다 유기농 채소값이 2~3배 이상 비싼 걸까요.”
20대 젊은 여성인 그는 빵값에 민감했다. “미국에서는 싸고 양 많이 주는 베이글(버터·우유 등이 들어가지 않은 빵)을 즐겨 먹었어요. 1달러(약 960원)면 충분하죠. 그런데 서울에서는 베이글 한 개에 3000원에 파는 곳도 봤어요. ”
스캔런씨는 왜 한국산 맥주와 외국산 맥주값이 2배나 차이 나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에서 외국산 맥주를 마시려면 7000원 정도를 줘야 하죠. 이건 런던과 비교해서도 2배 가격을 받는 거예요. 아시아의 다른 곳보다는 3배쯤 비싼 것 같고요.”
서울의 비싼 술값에 나카지마씨는 손을 내저었다.
“직업상 카페에서 손님을 만나곤 하는데, 기본 안주에 양주 한 병 먹으면 보통 30만원이 듭니다. 그 정도 가격이면 도쿄에선 롯폰기 고급 술집에 가서 마실 수 있어요.”
그는 요즘 일본에서 건너오는 ‘한류(韓流) 아줌마’들이 감소한 이유를 튀김값을 들어 설명했다.
“출퇴근 길에 광화문 앞 동화면세점을 지납니다. 그 앞에 튀김집이 있어요. 예전에는 일본 아줌마 관광객들이 ‘싸다 싸다’ 그러면서 먹었는데, 요즘은 ‘비싸다 비싸다’ 하면서 자꾸 지갑을 열어봐요.”
◆서비스요금
먼귀아씨는 휴대전화가 없다. “휴대전화 단말기값은 미국이나 별 차이 없어요. 대신 사용요금 차이가 어마어마하죠. 미국에서는 70달러(약 7만원)짜리 요금제를 사용하면 5명이 사용할 수 있어요. 매일 밤 7시부터 아침 7시까지 무료 통화예요.”
그녀에게는 책값도 신기했다. “미국에서 ‘해리포터’ 책은 한 편당 한 권씩 팔아요. 두껍긴 하지만 10달러(약 9000원) 정도면 살 수 있죠. 그런데 한국은 신기하게도 한 편이 4권으로 나뉘어 있더라고요.”
해리포터 책은 한 권당 8000원 정도라고 알려주자 그녀는 깜짝 놀랐다. “그럼 해리포터 책 한 편에 3만원이라는 말이에요? 총 6편까지 다 사려면 20만원이 필요하다는 말이네요. 전 그냥 두꺼운 영어 책으로 읽을래요.”
나카지마씨는 현지 물가를 예민하게 반영하는 외교관들의 수당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작년부터 미국 워싱턴과 서울 주재 일본 외교관들의 체재비가 역전이 됐습니다. 물가가 더 비싸다고 서울 주재 외교관들의 수당을 더 높여준 거죠.”
스캔런씨는 “물가가 비싸다고 한국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서울이 살기 좋으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저었다. “교육시설도 그저 그래, 의료시설도 그저 그래, 주말에 놀러 갈 만한 곳도 그저 그래, 근데 물가는 왜 이렇게 비싼 건가요?”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