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를 선도하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한국의 결정적 약점으로 에너지를 꼽았다. 한국의 아픈 곳을 콕 찌른 셈이다. 손 회장은 지난주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초인공지능(ASI) 시대의 도래를 예견하면서 “ASI를 구현하려면 막대한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며 이를 뒷받침할 에너지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내놓는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보면 규모가 너무 작다”고 지적했다. ASI는 사람보다 ‘만 배’ 뛰어난 두뇌를 가진 인공지능으로 에너지, 곧 전력 소모가 크다. 손 회장의 조언은 원전 확대에 소극적인 정부가 곱씹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마침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도 손 회장과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최 회장은 지난 5일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와 가진 특별대담에서 “우리는 20기가와트(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만들어야 한다”며 “제대로 경쟁하려면 7년 안에 1400조원을 집어넣어야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형 원전의 평균 용량이 1GW 안팎이다. 데이터센터를 돌리리면 얼마나 큰 전력을 확충해야 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세계는 지금 AI 인프라 경쟁이 한창이다. 산업화 시대엔 고속도로, 정보기술(IT) 시대엔 초고속 인터넷망이 성장과 혁신을 이끌었다. 이제 AI 고속도로를 깔 차례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전력과 데이터센터다. 전력이 충분하지 못하면 초대형 데이터센터도 소용없다는 점에서 전력이야말로 AI 인프라의 알파요 오메가라 할 수 있다. 미국이 관세협상에 따른 한국과 일본의 대미 투자에서 원전을 최우선 분야로 선정한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 대통령은 손 회장과 면담에서 “AI를 상·하수도, 도로처럼 모든 국민, 기업, 집단이 활용하는 사회를 만들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올바른 방향 설정이다. 다만 AI 3대 강국 도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력 인프라부터 대폭 확충하는 정비작업이 필수다. 원전 건설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지금 결단해도 이르지 않다. 동시에 AI 등 첨단산업에 대해 금산분리 규제를 푸는 결정도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인프라 구축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자금을 차질 없이 조달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