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대진대학교 제품환경디자인 전공으로 입학했던 신입생이 15년 동안 글로벌 디자인업계를 평정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마치 육지의 하천에서 알을 깨고 태어난 연어가 바다에서 숱한 경험을 쌓은 뒤 태어났던 민물로 돌아와 다시 알을 낳는 것 처럼. 지난 2021년 포천 대진대학교의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임용돼 후학을 양성중인 송규호(38) 교수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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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송 교수는 대진대를 졸업한 뒤 국내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가장 들어가고 싶어하는 삼성디자인학교(SADI)를 거쳐 국내 디자인업계 상위 5% 이상만 허락한다는 평가를 받는 삼성디자인멤버십으로 활동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송 교수는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으로 꼽히는 레드닷(red dot design award)과 iF(International Forum awards·이상 독일), IDEA(International Design Excellence Awards·미국) 모두에서 본상을 거머쥐는 등 디자인업계가 통칭하는 그랜드슬램을 이뤄냈다. 더 나아가 다른 디자이너들은 한 번만 수상해도 영광이라고 하는 이 공모전에서 전부 20번 넘게 수상한데다 레드닷에서는 ‘베스트오브베스트’까지 휩쓸기도 했다.
송 교수가 이렇게 성장하기까지 삼성의 지원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하면서 석사를 마치고 퇴사해 차린 디자인회사도 씨랩아웃사이더로서 삼성의 지원을 받았다”며 “삼성의 것이라기 보다는 한국 디자인산업의 발전을 추구하는 삼성의 지원이 내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고 말했다.
이런 송 교수가 모교에서 강의를 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단연 후배들의 성장에 있다. 그는 “정식 교수가 되기 전 우리 학교 후배들을 대상으로 몇 차례 특강을 했는데 디자인업계가 돌아가는 정보에서 소외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후배들이 현재의 디자인 유행을 빨리 습득해 내 것으로 만들어 뛰어난 결과를 만들어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학교에 들어왔다”고 전했다.
이런 포부의 첫 실천으로 송 교수는 디자인학계에서는 보기 드문 학과 내 ‘랩’(연구실)을 개설했다. 이 랩은 학생들이 디자인을 공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입사와 창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무능력을 키우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송 교수 본인이 창업한 디자인회사인 ‘파운드파운디드’에 취업하는 학생들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송 교수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 20대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젊음’에 있다. 그렇다 보니 송 교수는 현대의 가장 핵심적인 기술인 AI와 디자인을 접목해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 역시 학생들과 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송 교수는 “내가 아직 젊은 디자이너에 속하다 보니 20대 학생들과 요즘의 트랜드를 공유하는데 장점이 있는 것 같다”며 “내가 겪은 다양한 경험을 현재의 디자인 동향에 접목해 학생들에게 알려준다면 대진대를 졸업한 학생들도 우리나라 디자인업계에서 큰 획을 그을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