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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20일 오후 ‘세계 최대’ 규모인 삼성 평택캠퍼스를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대통령이 한국 반도체 생산 현장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2017년 7월 방한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헬기를 타고 지나가며 평택 공장을 내려다보고 ‘방대한 규모에 놀랐다’고 언급한 적이 있을 정도로 미국 측 관심이 큰 공장이다.
바이든 대통령 평택 공장 방문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동행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공장을 직접 안내할 경우를 대비해 사전에 평택 공장을 둘러보고 리허설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종희 DX(디바이스경험) 사업부문장(부회장), 경계현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사장) 등 삼성전자 임원들도 총출동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당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공장을 짓기로 한 삼성에 특별히 감사를 표했던 만큼 이 부회장과 적절한 메시지를 주고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평택캠퍼스는 축구장 400개를 합친 규모의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기지다. 차세대 메모리(D램·낸드)와 초미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품을 생산하는 첨단 복합 라인으로 구성돼 있다. 평택 1라인(P1)과 2라인(P2)은 가동 중이며, 3라인(P3)은 현재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세계 최초 3나노 공정의 차세대 반도체를 선보일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1세대 제품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3나노 개발에서는 삼성이 이 분야 세계 1위인 TSMC보다 반년 정도 앞서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나노, 7나노 등의 수치는 반도체 칩의 회로 선폭 규격을 가리키는 것으로, 회로의 선폭을 가늘게 만들수록 더 많은 소자를 집적할 수 있어 성능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현재 전세계에서 5나노 공정을 할 수 있는 곳은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바이든 방한에 동행한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문 최고경영인(CEO)에게도 3나노 기술을 보여줘 양사간의 끈끈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최신 모바일칩인 스냅드래곤 81세대를 위탁생산하고 있는데, 퀄컴은 지난 1분기 퀄컴은 미국 통신사인 버라이즌을 밀어내고 삼성전자 주요 매출처에 처음 포함됐다.
재계에서는 양국 정상이 이례적으로 사업장에서 사실상 정상 외교가 이뤄지는 점을 주목한다. 통상 외국 정상의 산업현장 방문은 주요 행사를 마친 이후 시찰 정도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첫 행선지를 삼성전자 공장을 택한 것은 한미가 반도체 기술동맹으로 강하게 결속돼 있다는 점을 강하게 전 세계에 보여주겠다는 의지라고 해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일정 등을 고려했겠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하자마자 평택 공장을 방문한다는 것은 한미가 ‘반도체 동반자 관계’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행보로 봐야 한다”며 “지난해 4월 반도체 회의에서 실리콘 웨이퍼를 손에 들었던 장면 이상의 효과를 볼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