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시리얼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국내 시리얼 시장규모는 2019년 보다 14% 성장한 3294억 원을 기록했다. 동서식품과 농심켈로그의 양강 구도가 건재했고, 오리온과 롯데제과가 그 뒤를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특히 귀리 등 곡류에 견과류와 과일 등을 첨가해 가공한 그래놀라 제품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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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각에서는 ‘네이쳐스 시리얼’이란 용어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예전부터 즐겨먹던 ‘화채’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데도 영어 이름을 붙여 마치 다른 음식인 것마냥 표현하는 것이 부적절하단 의견이다. 화채는 꿀을 탄 물이나 오미자 차 등에 과일을 섞어 먹는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 중 하나다.
일부 네티즌들은 “유튜버들이 네이쳐스 시리얼이라 부르는 걸 우리는 화채로 부르기로 합의했다”라거나 “약과보고 플로럴허니쿠키라고 하면 새로운 음식이 되는 거냐?”라는 날을 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후루츠 펀치’라는 음식이 있음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색다른 음식을 체험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억지 작명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도 제기하고 있다.
기존에 우리나라에 있던 음식을 굳이 영어로 써 외려 혼란을 일으킨 경우는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막걸리다. 막걸리는 해외 진출 초창기 인지도가 낮다는 이유로 ‘라이스 와인(RIce wine)’이란 명칭을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와인은 포도를 이용한 과실주를 뜻하는데, 쌀을 발효해 만드는 막걸리를 와인으로 표현한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2010년년엔 당시 농림수산식품부가 막걸리의 영문 애칭을 ‘드렁큰 라이스(Drunken Rice)’로 선정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에 농림부는 “막걸리의 명칭이 개명된 것은 오해며, 정식 명칭이 아니라 친숙한 애칭을 지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세계 주류 시장에서 자국 청주를 일본어 발음 그대로인 ‘사케’로 내놓고 있어 비판은 더욱 커졌다. 굳이 맞지 않는 영어로 번역까지 하느니 ‘막걸리’란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현재는 국순당을 비롯한 주류 업체들은 라이스 와인 대신 막걸리란 이름을 세계 시장에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