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SK바이오팜 '엑스코프리',1兆매출 실현 가능성은

김지완 기자I 2021.04.01 08:00:54

증권가, 엑스코프리 2026년 매출 1조 돌파 전망 논란
현재 글로벌 1위 치료제도 9년 걸려
최근 출시 치료제들은 2천억 돌파에 4~5년씩 걸려
엑스코프리, 뛰어난 효능 앞세워 회의론 팽팽히 맞서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SK바이오팜의 ‘엑스코프리(Xcopri)’에 대한 1조원 매출 전망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엑스코프리 홍보이미지. [자료=엑스코프리 홈페이지]


금융투자업계는 엑스코프리(국내명 세바노메이트)의 뛰어난 효능과 처방전 발급 추이를 고려했을 때 2026년경이면 1조원 매출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선 뇌전증 치료제 출시 6년 만에 1조원 매출 달성 사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바이오팜(326030)은 지난해 26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중 엑스코프리가 SK바이오팜의 전체 매출에 79%(205억원)를 차지했다. 나머지 21%(55억원)는 솔리암페톨의 로열티 수익이다. 엑스코프리 매출이 SK바이오팜의 실적 향배를 결정짓는 구조다.

지난해 엑스코프리 매출 205억원이란 숫자를 두고 블록버스터를 노리는 신약 판매개시 결과로는 눈에 안 찬다는게 다수 반응이다. 그 결과 최근 SK바이오팜 주가는 연일 하락세다. 지난해 12월 18만원을 넘나들던 주가는 불과 넉 달 새 10만원 붕괴 직전까지 몰렸다. 통상 업계에선 신약(치료제)이 연 매출 10억달러(1조원)을 넘기면 ‘블록버스터’ 호칭을 붙여준다.

최근엔 엑스코프리 블록버스터 등극 전망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금껏 신규 뇌전증 치료제 시장 진입은 녹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간질치료제 매출 1위에 올라있는 UCB ‘빔펫(Vimpat)’은 2008년 출시 후 9년 만인 2017년에서야 10억달러 매출을 달성했다.

지난 2015년 출시된 신규 뇌전증 치료제 ‘앱티옴(Aptiom)’은 지난해 4억1900만달러(474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또 2016년부터 ‘브리비액트(Briviact)’는 지난해 3억4600만달러(3913억원) 판매고를 올리는데 그쳤다. 앱티옴과 브리비액트는 각각 매출 2억달러(2200억원) 달성에 각각 4년과 5년이 소요됐다. 이들은 글로벌 뇌전증 치료제 점유율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뇌전증 치료제는 항암제와 달리 시장 침투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특수성이 있다”며 “빔펫 사례도 글로벌 1위 치료제 매출 추이라는 점에서 시장 평균치라고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더욱이 뇌전증 시장은 성장 시장이 아니라는 점에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는 지난해 8월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제 개발 동향’ 조사월보를 통해 전세계 뇌전증 시장 규모가 지난 2018년 122억달러(13조8116억원)에서 오는 2024년 87억달러(9조851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매출 비중이 높은 치료제 대부분은 제네릭이 출시된 제품들로 약가 인하가 예상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다시 말해 뇌전증 치료제 시장은 기존 치료제, 복제약 등이 섞여 제로섬 게임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엑스코프리의 2026년경 매출 1조원 달성을 확신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엑스코프리 매출을 전망으로 2783억원(올해)→5333억원(2022년)→6879억원(2023년)→8145억원(2024년)→9065억원(2025년)→ 1조1795억원(2026년)을 제시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엑스코프리 매출을 732억원(올해)→2031억원(2022년)→3305억원(2023년)→5682억원(2024년)→8306억원(2025년)→1조947억원(2026년) 순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2030년경 엑스코프리가 뇌전증 치료제 글로벌 1위 등극을 점쳤다. 금융투자업계는 엑스코프리 매출전망치로 1조3474억원(삼성증권), 1조8440억원(유진투자증권)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글로벌 뇌전증 점유율 1위 빔펫의 매출 규모와 17억4100만달러(1조9720억원)와 맞먹기 때문이다. 향후 10년간 글로벌 뇌전증 시장규모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에서 보면 영락없는 1위 매출액 규모다.

이같은 전망은 엑스코프리의 월등한 효능에서 비롯됐다. 엑스코프리는 임상에서 완전 발작 소실률(발작증상이 일어나지 않는 비율)이 기존 치료제를 압도한다. 1위 치료제 빔펫의 완전 발작 소실율이 2.4~4.6%인데 반해 엑스코피리는 21%를 기록했다.

실제 엑스코프리는 처방 실적으로 실력을 증명하고 있다. 엑스코프리의 지난 4분기 처방수(TRx)는 1만1092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출시된 여타 뇌전증 치료제 처방전 발급 추이를 60% 이상 압도하는 기록이다. 더욱이 이는 마케팅 도움 없이 의사 스스로 엑스코프리 임상 결과·논문에서 확인된 효능만을 보고 처방 내린 결과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미국도 국내와 똑같이 의사만나 신약 홍보를 해야 실제 처방으로 이어진다”면서 “지난해 코로나19로 비대면 영업만 했다. 그럼에도 처방전 숫자가 이렇게 늘었다는 사실은 엑스코프리 효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코로나 백신접종률 상승에 대면영업이 이뤄지면 엑스코프리 매출도 정상궤도에 들어설 것으로 관측했다.

구자용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신약 처방에 보수적인 뇌전증 치료제는 일반적으로 10년 간 25%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할 때까지 선형으로 증가하는 형태를 나타낸다”며 회의론을 경계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