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만간 전세 시장 안정을 위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전세 매물이 마르고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은 물론 대란의 불길이 월세 시장으로 옮겨 붙자 이를 수습하려는 긴급 처방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24번째가 될 이번 부동산 대책에는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월세 세액 공제 확대 등 임차인 세제 혜택 강화 방안 등이 담길 전망이다.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춘 처방이 틀린 카드는 아니다.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일정을 1~2년 앞당겨 더 많은 세입자들이 공공임대주택 전세를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도 평가할만 하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이다. 부지 선정과 공사 완료에 이르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필요한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을 앞당긴다고 발표해 봤자 전세 매물이 당장 증가세로 돌아설 리는 만무하다.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핵심으로 한 임대차3법 시행 후 집주인과 세입자와의 마찰이 급증한 탓에 시장에서는 집주인들이 아예 신규 임대를 꺼리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더구나 전세를 못구한 세입자들이 월세로 몰리면서 월세마저 폭등세다.
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아파트 월세지수는 101.2로 8월(100.4)에 비해 0.8포인트 상승했다. 2019년 1월 월세지수를 100으로 본 이 지수가 101을 넘긴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전세 대란도 모자라 이제는 월세 대란까지 가세해 집 없는 서민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 약자를 보호한다며 정부가 거칠게 밀어붙인 법이 ‘한 번도 경험 못한 대혼란’의 고통을 초래한 셈이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수도권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전세난이 심각하다”고 답한 비율은 66%에 달했고 “제도 변경에 따른 물량 부족”을 원인으로 꼽은 답이 57.6%였다. 잘못된 법이 시장을 교란시키고 주거 안정을 해쳤다는 결과가 여당 의원 조사에서도 명백히 드러난 것이다. 정부는 전, 월세 시장이 이 지경에 이른 원인을 솔직히 인정하고 잘못을 바로잡는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무겁게 생각한다”거나 “죄송하다는 장관”의 사과 표명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상처가 더 도지기 전에 문제가 된 법을 뜯어고치는게 ‘명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