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금융권에 따르면 매도자인 금호산업은 이르면 7일 매수자인 HDC현대산업개발에 계약해지를 공식 통보할 계획이다. HDC현산이 12주의 재실사를 재차 요구한 건 인수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금호산업과 채권단이 최종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앞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26일 정몽규 HDC현산 회장과 최종 담판에서 가격 인하 등 인수부담 완화를 제안했다. HDC현산은 재실사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채권단은 매각무산에 대응한 이른바 ‘플랜B’에 본격 착수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채권단 플랜B를 중심으로 아시아나 경영 정상화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경영정상화 큰 틀은 채권단이 아시아나 최대주주가 돼 경영권을 확보한 뒤 추가 자금투입과 함께 계열사 매각 등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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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이번 주 기안기금운용심의회가 회의를 열어 아시아나에 대한 기금투입을 최종 결정한다. 규모는 2조원 안팎으로 거론된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항공기 리스업체와 다른 채권자 등의 불안을 안정시키고 매달 2000억~2500억원 상당의 고정비 등도 충당하기 위한 목적이다. 아시아나는 올해 채권단에서 1조7000억원의 자금을 차입해 빚이 4조원대로 늘어났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보유한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할 전망이다. 이 경우 채권단 지분율은 36.9%로 현 대주주인 금호산업(30.7%)을 앞선다.
채권단이 금호산업에 주식감소를 요구해 성사시키면 보유지분은 더 높아진다. 채권단 관계자는 “통상 기업 구조조정 땐 경영실패 책임을 묻는다”고 했다.
채권단은 자회사 분리 매각를 통한 아시아나 몸집 줄이기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HDC현산에 대한 아시아나 매각은 본사와 6개 자회사를 묶어 파는 ‘통매각’ 방식이었다.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분리매각 가능성이 유력하다. 그러나 두 회사 모두 자본잠식 상태다. 최근 이스타항공 매각 무산 등 LCC 업계가 코로나19 사태에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어 채권단은 시장 상황을 보며 LCC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에어부산은 완전 자회사(지분 100%)인 에어서울과 달리 아시아나 지분이 55%에 그치고 영남권 시장 점유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매각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함께 IT계열사인 아시아나IDT와 예약·발권업체인 아시아나세이버 등의 매각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휴자산 매각과 노선감축 등도 검토 대상이다. 금융권의 한 인사는 “국책은행 지원을 받은 두산중공업과 대한한공이 핵심 계열사와 알짜 사업부문을 매물로 내놓은 만큼 아시아나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듯
당장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 기안기금은 지원일부터 6개월간 고용 총량의 최소 9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기금의 핵심 목적은 기간산업의 고용안정이다.
아시아나의 직원은 올해 2분기 기준 총 9079명으로 집계된다. 아시아나는 지난 4월부터 임원 월급 반납과 함께 전 직원 대상 최소 15일 이상의 무급휴직을 운영 중이다. 정부 역시 LCC를 비롯해 항공업계 대량 실업사태는 막겠다는 방침이다.
채권단이 아시아나 경영정상화를 거쳐 재매각 추진까지 수년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중장기적으로 인력 감축은 불가피해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2019년 1월 현대중공업 인수합병 발표를 전후로 인력감축을 했다. 2018년 말 9938명에서 올해 1분기 9486명으로 452명이 줄었다.
2500억원의 계약금 반환을 둘러싼 HDC현산과 금호산업의 소송전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매각 무산 책임을 놓고 장기간의 법정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