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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 여야 한마음‥'실손보험 청구간소화法' 통과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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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경 기자I 2020.08.05 06:00:00

'병원서 서류 보험사로 직접 전송..보험업법 개정안 잇따라 발의
심평위 등 전문중계기관에 실손보험 청구 기능 위탁
의료계 반발 피하려 "DB화 금지" 등 대안도 검토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11년째 표류하고 있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21대 국회에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뿐 아니라 야당인 미래통합당까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있어, 법안 통과 가능성은 여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보험업계 “서류 일일이 수기입력 어려워”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통합당 의원은 최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윤 의원은 “문서 기반의 보험금 청구 절차가 번거롭고 불편해 청구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병원에서 발급하는 종이 서류를 전자 문서로 디지털화한 후, 중계전문기관인 건강보험심의평가원(심평원)을 통해 보험사로 전송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게 이 법안의 골자”라고 설명했다.

현재 실손보험 가입자가 의료비를 받으려면 보험사가 요구하는 항목별 영수증이나 진단서 등을 병원·약국 창구에 요청해서 받은 이후 본인이 직접 팩스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보내야 한다. 최근 일부 핀테크 업체들이 실손보험 간소화를 위한 키오스크(무인단말기)나 모바일 앱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아직 흔하지는 않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병원이 심평원을 통해 전자 증빙서류를 자동으로 보험사로 전송하고 보험금이 청구되는 시스템이다. 소비자가 굳이 병원 창구에서 ‘실손보험 서류 달라’며 챙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여당인 민주당에서도 매우 적극적이다. 정무위 소속 전재수 의원은 또다시 ‘보험업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전 의원은 이 법안을 지난 20대 국회에서인 2019년 9월에도 제출한 바 있다. 전 의원의 개정안도 보험사가 실손 의료 보험금 청구 과정에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이를 전문중계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역시 병원이 알아서 실손보험 청구 서류를 보내주는 방식이다.

전 의원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제도 개선을 권고한 이후, 11년째 공회전을 반복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그 사이 3800만명의 가입자들의 불편만 가중되고 있고, 보험금 청구라는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를 포기하고 있는 가입자마저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대 국회에서 심평원을 통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을 발의했던 민주당의 고용진 의원 역시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고 의원은 “준비는 이미 끝냈고 빠른 시일내 개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44% “병원방문 귀찮아서 보험금 미 청구”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여야 모두 복잡하고 번거로운 실손보험의 절차를 줄여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거대 여당뿐 아니라 야당도 같은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다는 점도 법안 통과에 대한기대를 높이고 있다.

법이 통과되면 소비자의 불편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2018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했지만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비율은 47.5%에 달한다.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이유로는 ‘소액이라서’라는 이유가 73.3%로 가장 많았고, ‘병원에 다시 방문하는 게 귀찮고 시간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가 44%였다. ‘증빙서류 발송 등이 귀찮다’는 이유를 든 응답자도 30.7%에 달한다. 3800만명이 가입해 있는 실손보험이 번거로움 때문에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로 보험금 청구가 증가하면 보험회사의 손해율이 올라갈 수는 있겠지만, 대부분 소액이라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라며 “연 8500만건에 이르는 실손보험 청구 서류를 일일이 수기로 입력하는 어려움이 더 크다”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

문제는 의료계다. 20대 국회에서 전재수 의원이 이 법안을 발의하자 대한의사협회는 “보험 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인 의료기관에게 부당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물론, 의료기관이 지켜야 할 환자 정보를 통제 없이 보험사가 요구하는 대로 제출하게 하는 악법”이라며 반대성명을 냈다. 결국 법안은 정무위 법안소위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폐기됐다.

의료업계는 비급여 영역까지 심평원이 취합하는 점을 내세워 반대한다.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정보가 집적화되면 의료행위에도 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전재수 의원이 지난달 법안을 내자마자 하루 만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보험업법 개정안은 철회돼야 한다’는 민원도 올라왔다.

국회는 의료계의 우려를 피하는 전략을 취한다. 윤 의원은 “의료계가 비급여 영역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화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심평원이 개개인의 의료 데이터를 보험사에 전달만 할 뿐 취합하거나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고 의원 역시 이번에 제출하는 법안엔 심평원이 병원의 보험금 청구 서류를 비급여 심사 등 다른 목적에 활용하지 못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심평원을 처벌하는 방식도 고민하고 있다. 고 의원은 “의료계 목소리를 반영하는 등 세부내용은 충분히 변경할 수 있다”면서 “소비자 편의를 위해 이번 회기 때 반드시 입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심평원의 데이터 기록 여부, 또 데이터 이동 비용을 누가 낼 것인지의 여부 등 앞으로 논의해야 할 세부 과제가 많다”면서 “이해당사자들이 많은 법안인 만큼,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도 시행령 작업까지 다소 진통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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