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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은 물론이고 이미 분양받았던 상가도 손해를 감수하고 더 싸게 팔려고 한다.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상가도 불경기를 피하기 어렵다.”(수원시 영통구 ‘광교중흥S클래스’ 인근 I 중개업소)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미분양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소 1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아파트 청약 열기와 상반된 모습이다. 심지어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경기침체가 심화하면서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상가 분양권을 넘기는 ‘마이너스 프리미엄(피)’까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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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송파구 헬리오시티 단지 안에 있는 상가 700개(일반분양 165개) 중 10개가 아직 미분양 상태다. 헬리오시티가 9510가구로 대단지인데다가 청약 당시 경쟁률도 최고 334대 1을 기록한 탓에 단지 내 상가도 완판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2018년 입주가 시작된 이후에도 단지 내 상가 미분양 물량은 빠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인근 K공인 중개업소는 “미분양 물량이라 입찰 예정가에 바로 살 수 있는데도 문의하는 사람이 올해 들어 한 명도 없었다”며 “입주민이 1만명 가까이 되는 단지란 사실이 무색할 정도”라고 말했다.
미분양은 물론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팔겠다는 ‘마이너스 피’을 붙힌 단지 내 상가도 등장했다. 지난해 5월 입주한 수원시 광교지구 중흥S클래스다. 이 단지 내 미분양 상가는 83개로, 613개 상가 중 530개 상가만이 분양된 상태다. 중흥S클래스(2231가구)는 2015년 당시 청약 경쟁률이 최고 539대1을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으나 상가 완판은 5년이 넘도록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달 들어 계약금(15%)을 포기하고 분양권을 넘기겠다는 상가도 나왔다. 계약금 5500만원을 제외한 3억 7000만원(전용 27㎡)짜리 분양권을 넘기겠다는 상가가 나타난 것. 이 외에도 ‘마이너스 피’로 매물 시장에 나온 단지 내 상가는 5곳이 넘는다. 인근 중개업소는 “경기 침체로 상가 분양에 대한 관심이 적어졌다”며 “임차인 구하기도 어려워 수익률도 낮은 마당에 아예 분양권을 내놓기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규모 상가 단지에만 미분양이 있는 것은 아니다. 30개 남짓한 단지 내 소규모 상가도 분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입주 5개월 차 서대문구 DMC에코자이 내 상가 30호실 중 4호실이 여전히 미분양으로 남겨져 있다. 이 단지는 1047가구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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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분양과 달리 단지 내 상가 미분양이 급증한 것은 경기 침체, 배달앱 등장 등으로 ‘공실 우려’가 커진 탓이다.
실제 헬리오시티의 경우 분양을 마친 상가 중 50%가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1층을 제외한 2~4층 상가의 80%는 공실 상태라는 게 주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임대 문의도 뚝 끊긴 상황이다. J중개업소 관계자는 “자리가 좋은 1층을 제외하고 2층은 텅텅 비어있다”며 “누가 공실이 넘치는 상가단지 분양에 나서려고 하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지난 달 미분양 상가에 대한 문의는커녕 임대 문의가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뿐만 아니라 온라인 중심 소비로 변화하면서 단지 내 상가 미분양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오프라인 소비가 줄고 온라인·배달 중심의 소비가 주요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과거처럼 확실한 배후 수요(입주자)를 보장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도 “입지로 볼 때 단지 내 상가에 입점 가능한 업종은 음식점, 병원 등 제한적”이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기 침체까지 겪게 되면서 입점 희망 상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