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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라이어티는 5일(현지시간) “중국은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고조시킨 데 대한 보복으로 일부 미국 콘텐츠의 수입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빌어 단독 보도했다. 버라이어티는 이어 “중국 영화 관계자들은 일부 국내 구매자들에게 미국 영화를 멀리하라고 말했다”면서 “한 중국 유통업체는 여러 플랫폼으로부터 미국 타이틀을 검토용으로 제출하지 말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중국 유통업체는 비공식 채널을 통해 더는 미국 콘텐츠를 수입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현재 서면을 통한 공식적인 미국 할리우드 콘텐츠 금지 방침은 밝히지 않았다. 여전히 중국 정부는 대내외적으로 이같은 영향력 행사를 공식화지 않는다. 이미 중국은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배치 이후 한한령을 발동해 한국 드라마와 K팝 수입을 비공식적으로 금지한 바 있다. 버라이어티는 이에 대해 “3년 전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분노로 한국 영화, 팝 밴드, 기타 문화 수출을 막았을 때 중국이 이 정책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고 전했다.
버라이어티는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배급사는 비공식적으로 민간 기업들이 지난 2월 중국 새해부터 미국 영화를 수입하는 것을 금지했고 미국 스트리밍 플랫폼도 최근 같은 금지의 대상이 됐다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배급사 관계자는 “매우 혼란스러워 우리는 정말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고 버라이어티에 밝혔다. 스트리밍 판매회사 인디 라이츠(Indie Rights)는 버라이어티에 “우리의 최대 중국 구매자로부터 미국과의 무역 전쟁 때문에 검열 당국이 더 미국 영화를 검토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메일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은 미국과 무역과 관세 전쟁이 시작되면서 신문과 방송 등 문화 관련 매체를 통해 대대적인 반미 여론몰이에 나섰다. 중국 국영텔레비전 CCTV는 한국전쟁의 중국식 표현인 항미원조(抗美援朝·조선을 도와 미국에 대항한다)를 다룬 ‘영웅아녀(英雄兒女)’, ‘상감령(上甘嶺)’ 등 영화를 연일 방영했다. 지난달 19일 한국전쟁 당시 중국이 미국에 대승을 거둔 장진호 전투를 다룬 ‘빙혈 장진호(氷血 長津湖)’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또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은 당시 ‘통지’를 발표해 “건국 70주년 경축과 애국주의를 핵심으로 하는 민족정신 고양을 위해 이날부터 전국적인 각종 선전 교육활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19일부터 방송하기로 예정됐던 드라마 ‘아빠와 함께 유학을’이 갑작스레 방영이 취소돼 미국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퇴출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중국은 한한령 이후 한국 콘텐츠 대신 태국 콘텐츠를 수입해 대체를 시도한 적이 있다. 버라이어티는 미국 할리우드의 콘텐츠 수입을 금지하면서 영국과 호주 등 다른 영어권 국가의 콘텐츠로 대체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버라이어티는 할리우드에서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어떤 형태의 감소나 금지 조치만으로도 수천만 달러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