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기온이 뚝 떨어졌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가을이었는데, 이제는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권을 왔다갔다 한다.
이제부턴 본격적으로 겨울 간식들이 활동할 시기라는 뜻이다. 군고구마부터 붕어빵, 계란빵, 뜨끈한 어묵까지…. 맛있는 먹거리를 다 먹고 겨울잠에 들고 싶을 정도다.
최근엔 굳이 겨울이 아니더라도 길거리나 편의점에서 겨울 간식들을 먹을 수 있지만, 유독 호빵만큼은 겨울이 돼야 ‘발동’이 걸린다. 편의점에서 찜기를 가동하는 것도 날씨가 쌀쌀해진 뒤다. 제과업체들도 마치 추워지기를 기다렸다는 듯 11월을 전후로 ‘신상’ 호빵을 대거 출시하고 있다.
이번 괴식기의 주인공은 호빵의 ‘원조’ SPC삼립에서 지난달 출시한 ‘감동란 호빵’이다.
호빵에 대해 말하기 전에 감동란에 대해 설명하자면, 감동란은 정말 ‘감동’이다. 훈제 계란, 맥반석 계란 일색이던 계란 가공식품 시장에 감동란의 등장은 획기적이었다.
집에서 반숙 계란을 만들려고 시도해보지만 타이밍과 불 조절을 자칫 잘못하면 퍽퍽한 완숙이 된다. 완숙이 두려워 일찍 불을 끄면 껍질을 까다 노른자가 흘러내리는 참사를 겪게 된다. 이같은 수고스러움 없이 완벽한 반숙란을 맛볼 수 있게 됐다. 게다가 계란 자체에 간이 돼 있어 소금도 필요 없이 부드럽게 먹힌다.
희대의 그 히트작이 호빵으로 들어왔다는 소식에 기대가 됐다. 일단 포장부터 식욕을 돋군다. 샛노란 감동란의 노른자가 연상되는 호빵 소가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계란을 스크램블하거나, 촉촉한 오믈렛처럼 만들어서 넣은 걸까’ 감동란의 노른자를 어떻게 구현했을지 이런저런 추측을 해보았다.
|
‘카스타드’
갑자기 기대감이 확 깨졌다. 물론 카스타드 크림의 주재료는 우유와 설탕 계란이기 때문에 계란이 들어간 것은 맞다. 그러나 계란과는 전혀 다른 맛을 낸다. 이 호빵이 따뜻하게 먹는 카스타드빵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일단 제품을 꺼내봤다. 계란을 닮은 물방울 모양으로 빵을 빚어놓은 센스에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
|
비교를 위해 감동란을 썰어 앞에 뒀다. 그럴싸하다. 비주얼만 두고 보면 감동란을 뻥튀기해놓은 것 같다.
문제는 맛. 처음 한 입에선 아는 맛이 느껴졌다. 전형적인 카스타드 크림의 맛이다. 반죽에 쌀이 들어가서인지, 일반 빵보단 쫄깃한 식감이 났다.
|
카스타드 크림에 노른자가 들어가니 당연히 노른자 맛이 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카스타드에서 나는 맛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평균 이하의 입맛을 가진 필자가 느낄 정도라면, 웬만한 사람들도 다 느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식욕을 돋구는 모양새와 은은한 계란맛의 표현까지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적당한 겨울 간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