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의 플래그십 세단인 CT6에 ATS나 CTS 등에 적용했던 2.0L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을 CT6에 탑재하는 것이 옳은 행동인지 의구심이 있었다. 가벼운 차체라고는 하지만 플래그십 세단에서 4기통 엔진을 원하는 소비자가 있을지 의문이었고, 또 그렇게 날을 세운 예리함을 가진 엔진이 CT6라는 그릇에 어울릴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는 지난 시승을 통해 해소가 되었다. 불안했던 요소들은 모두 깔끔하게 해소되었고, 우려의 대상이었던 터보 엔진이 연출하는 드라이빙은 기존 V6 모델에서는 느낄 수 없던 산뜻한 싱글 몰트 위스키의 맛이었다. 그리고 이런 패키징에 붙여진 가격표 역시 무척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캐딜락 CT6 터보에 대한 한가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 의구심은 CT6 터보가 보여준 기대 이상의 연비에서 시작되었다. 시승 내내 기대 이상의 연비를 보여준 CT6 터보가 ‘과연 1회 주유 시 1,000km를 달릴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엄청난 피로감이 예상되었고 바쁜 일정속에 고민이 이어졌디만 내친김에 직접 체크에 나섰다.
이제는 쉽게 잊혀지지도 않을 정도로 인상적인 5,185mm이 전장 아래 캐딜락 고유의 디자인을 입은 CT6 터보의 보닛을 열면 체격에는 다소 작게 느껴지는 2.0L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이 자리한다.
269마력과 41.0kg.m의 토크를 가진 이 엔진은 가깝게는 ATS와 CTS에서 이미 경험했던 엔진이다. 여기에 매끄러운 변속감을 제시하는 8단 변속기가 탑재됐고, AWD 시스템을 거둬내고 후륜만을 굴려 움직임을 연출한다. 네 바퀴에는 P245/45 R19 98V 규격의 굿이어 타이어가 자리한다.
이를 통해 캐딜락 CT6 터보의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 10.2km/L이며 도심과 고속도로 연비는 각각 9km/L와 12.2km/L다.
1,000km 주행의 시작은 서울의 중심에서 시작되었다. 본격적인 주행을 앞둔 전날 밤, 서울역 인근의 주유소에서 연료통 가득 기름을 넣고 주행을 시작했다. 첫날은 퇴근 시간 등을 고려해 서울역에서 주유만 하고 1차 시작점인 강서구 방향으로 차를 이끌었다. 한강로와 노들길을 타고 강서에 닿은 후 차량을 세우고 다음날 아침부터 시작될 주행을 준비했다.
다행이라고 한다면 서울에서 고석정까지 이어진 주행에서 꽤 의미있는 수치를 확인한 것이다. 150km가 넘는 주행 상황에서 리터 당 15km의 평균 연비를 확인할 수 있었으니, 페이스 조절만 잘 한다면 1,000km 주행이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고석정까지의 주행은 1,000km 주행에 대한 희망을 키우는 시간이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불안감이 커지는 시간이었다. 고석정 이후로 준비된 코스가 연비 주행과는 거리가 먼 코스였기 때문이다. 고석정 이후에는 강원도의 산세를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코스로만 본다고 해도 수피령과 화천, 양구를 거쳐 한계령 휴게소를 가는 구간이다.
오르막만큼 내리막 구간이 있다고는 하지만 체격이 큰 차량이 높은 RPM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연료 효율성에는 마이너스 포인트이기 때문에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마주하는 오르막 구간에서는 그저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을 수 밖에 없었다.
여기서도 잠시 몸을 풀고, 다시 주행을 이어갔다. 급격한 내리막 구간을 마주한 CT6 터보는 특유의 묵직한 제동감과 우수한 제동력을 과시하며 태백산맥의 굽이치는 도로와 호흡을 맞췄다. 그렇게 한참을 달린 후 도착한 곳은 낙산사가 있는 양양이었다.
양양에 닿은 CT6 터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남쪽이었다. 7번 국도를 따라 길게 이어진 강릉, 옥계, 동해 그리고 삼척의 해변을 왼편에 두고 빠르게 달렸다. 국도라고는 하지만 도로의 폭도 넓고, 또 교통량이 많지 않은 7번 국도의 특성 덕에 CT6 터보는 매끄럽게 RPM을 끌어 올리며 울진을 향해 달릴 수 있었다.
복귀 코스는 대부분의 고속 주행이 가능한 구간으로 선택했다. 울진에서 7번 국도를 타고 양양까지 이동하고, 거기서는 다시 동서고속도로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다만 특이점이라 한다면 서울까지의 모든 구간을 고속도로로 달린 것이 아니라 동홍천 IC에서 고속도로를 빠져 동홍천부터 서울까지는 국도를 달리기로 했다. 참고로 이 구간은 주말 저녁에는 정말 많이 정체되는 구간이지만 평일이나 이른 새벽 시간에는 여유로운 주행이 가능한 구간이다.
1,000km 주행의 마지막은 주행의 첫 시작이었던 강변북로와 자유로에서 이어졌다. 트립 컴퓨터 상의 주행 거리가 아직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충분한 주행 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밤 10시가 지난 시간이었기 때문에 도로의 상태도 나쁘지 않아 주행의 어려움은 없었다.
트립 컴퓨터 상의 주행 거리는 이미 900km 대 후반에 이르렀고 CT6 터보는 여유롭게 강변북로를 달리며 주행의 막바지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999.9km의 주행 거리가 눈에 들어왔고 카메라를 들었다. 그리고 수초가 지나고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양화대교 인근에서 달성한 1,000km는 꽤 의미있는 수치를 담았다.
1,000km를 달리는 시간 동안 평균 속도는 64km/h로 기록됐고, 또 평균 연비는 리터 당 16.1km로 공인 연비 측정이 잘못되었다고 시위를 하는 듯한 기대 이상의 수치를 선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주행의 시작이었던 서울역 인근으로 주행을 계속했다.
계속해서 강변북로를 타고 서울역을 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 CT6 터보는 완전히 멈췄다.
오전 6시 30분경 시작된 주행의 끝은 자정을 3분 앞둔 11시 57분에 종료됐다. 처음 주유를 했던 직원은 놀란 눈으로 ‘하루 종일 운전을 하고 온 것이냐’며 질문을 했다. 주행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나누고 재 주유를 요청했다. 직원이 차량의 주유를 하는 사이 주행 기록을 확인하기로 했다.
게다가 사진처럼 아직 연료가 남아 있었다. 트립 컴퓨터의 화면을 바꿔 ‘앞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를 확인했다. 200km. 무척 깔끔했다. 캐딜락 CT6 터보는 아직 남은 연료로 200km는 달릴 수 있다고 자신하는 모습이었다.
1,010.4km 그리고 200km. 그렇게 주행은 마무리 되었다.
12시간 넘게 진행된 주행에서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먼저 CT6 터보의 연비가 무척 좋다는 점이다. 이건 이미 앞선 수치들로 증명이 된 부분이니 별다른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다. 물론 이번의 측정된 수치는 트립 컴퓨터 기반이니 약간의 오차는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인지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정말 편했다는 점이다. 그 동안 이번의 주행과 비슷한 주행을 몇 차례 했었다. 그 대상으로는 이미 구형이 된 차량들이지만 볼보의 S80도 있었으며 BMW의 5 시리즈도 있었다. 게다가 플래그십 모델이었던 폭스바겐 페이톤도 있었다. 하지만 CT6 터보는 앞선 차량들과는 격이 다른 편안함을 선사했다.
다른 차량들은 주행의 종료와 함께 녹초가 되는 스스로를 느낄 수 있었는데 CT6 터보는 졸음만 문제가 없다면 6시간 정도는 더 거뜬히 달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캐딜락 CT6 터보의 1회 주유 1,000km 주행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