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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호화 아파트이자 레지던스인 ‘엘시티’는 각종 규제 빗장을 풀고 막대한 자금을 끌어들였다. 이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자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수사 초기에 키를 잡은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부장 조용한)는 불법 대출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7월 21일 엘시티PFV 등 엘시티 시행사를 압수수색한 검찰은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엘시티 시행사 실소유주인 이영복(66) 청안건설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려다가 실패했다. 검찰이 이 회장 거주지와 근무지를 찾지 못해서다.
수상하게 여긴 검찰은 지난 8월2일 법원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사기 혐의로 이 회장의 체포 영장을 발부받았다. 이때부터 이 회장 휴대전화를 실시간으로 추적했다. 그러자 이 회장은 타인 명의의 휴대전화(대포폰)와 차명 렌터카를 이용해 도주했다.
이 회장이 도주하면서 검찰의 행보도 바빠졌다. 지난 8월17일 엘시티에 거액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해준 BNK부산은행 본사를 압수수색한 검찰은 다음 달 7일 설계비를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엘시티 설계회사 대표 손모씨를 구속했다.
일반 형사사건을 다루는 형사부에서 이 회장 등을 수사하긴 쉽지 않았다. 이 회장은 검찰이 체포 영장을 발부받은 지 두 달 넘게 잡히지 않았다. 검찰은 10월24일 부산지검 특수부(부장 임관혁)에 이 사건을 이첩했다. 특수부는 부산 동부지청에서 수사하던 검사 3명을 합류시켜 수사인력을 늘렸다.
특수부는 핵심 열쇠를 쥔 이 회장 검거에 집중했다. 검찰은 10월27일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이 회장과 수행비서 장모씨 등을 공개 수배했다. 공개 수배한 지 약 2주 만인 지난달 10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연락한 이 회장은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이 회장은 붙잡힌 이튿날 부산지법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포기하고 수감됐다.
이 회장이 잡히자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이 회장이 ‘청와대 비선 실세’로 구속 기소된 최순실(60)씨와 같은 계 모임 회원이란 사실도 알려졌다. 검찰은 이 회장이 잡힌 지 약 일주일 뒤 이 회장과 최씨 친목계주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틀 뒤에는 이 회장이 골프를 친 곳으로 알려진 골프장 7곳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증거물을 분석한 검찰은 정기룡(59) 전 부산시청 경제특보에 주목했다. 엘시티 주식회사 사장이던 정 전 특보는 2014년부터 부산시 경제특보로 입성했다. 정 전 특보는 엘시티 건설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이 부산시청 사무실을 압수수색하자 정 전 특보는 지난달 18일 사표를 제출했다.
정 전 특보에 이어 거물급 인물이 수사 선상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검찰은 현기환(57)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도주 중이던 이 회장과 여러 차례 통화한 기록을 확보했다. 이 회장이 현 전 수석에게 수표로 30억 원을 건넨 정황도 포착했다. 수사팀은 지난달 30일 법원에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현 전 수석의 구속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
로비 의혹을 받는 현직 국회의원도 처음 드러났다. 지난 3일 검찰은 부산 동래구 현직 국회의원인 이진복(59) 새누리당 의원의 계좌를 압수수색했다. 2002년 부산 동래구청장을 지낸 이 의원은 2008년부터 내리 3선을 한 중진 국회의원이다. 이 회장이 입을 열기도 전에 뒷돈을 받은 정·관계 인사가 드러나면서 이 사건은 정치권을 흔들 대규모 ‘엘시티 게이트’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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