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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흔히 ‘창극’을 일컬어 동양의 오페라라고 한다. 오페라는 모든 대사를 노래로 표현하는 서양의 음악극인 반면 창극은 판소리를 무대화한 것으로 여러 소리꾼이 역할을 나눠 노래와 연기를 선보인다. 두 장르 모두 줄거리와 음악적 요소가 조화를 이룬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엄연히 다른 장르다.
국내 대표 오페라연출가인 이소영(55) 전 국립오페라단장과 정갑균(54) 오페라연출가가 나란히 ‘창극’에 도전장을 내밀며 두 장르의 벽을 허무는 시도를 한다.
이 연출은 한국의 1호 여성 오페라연출가로 지난해 ‘적벽가’를 통해 처음 창극에 도전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엔 국립창극단의 ‘2016~2017 레퍼토리시즌’의 개막작인 ‘오르페오전’(23~2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의 대본과 연출을 맡았다.
정 연출은 1995년 오페라 ‘사랑의 묘약’으로 데뷔한 이후 160여편의 오페라와 창극을 연출해왔다. 국립민속국악원이 처음 제작하는 ‘나운규, 아리랑’(23~25일 국립부산국악원 연악당, 10월 1·2일 대구동구문화재단 아양아트센터, 10월 14·15일 대전시립연정국악원 큰마당)을 진두지휘했다. 두 사람은 각각 그리스 신화와 민족의 노래 ‘아리랑’을 소재로 한 최초의 창극으로 관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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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페우스’ 창극으로 재탄생
그리스신화 ‘오르페우스’에서 오르페오는 저승에서 아내 에우리디체를 구해 내지만 이승으로 나갈 때까지 뒤돌아보지 말라는 금기를 지키지 못한다. 국립창극단의 오페라창극 ‘오르페오전’은 이 같은 내용의 ‘오르페우스’를 바탕으로 한다. 그동안 오페라와 연극·무용 등 여러 장르로 변주됐지만 창극으로 재탄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페라로는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 꼽히는 몬테베르디 ‘오르페오’(1607), 오페라음악의 개혁을 이룬 글루크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1762)로 유명하다. 이 연출은 “한국의 장자못 설화에도 ‘뒤돌아보면 돌로 변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작품의 주제인 ‘뒤돌아봄’은 동·서양의 경계를 넘는 것은 물론 삶과 죽음을 돌아보게 하는 공통적인 정서”라고 설명했다.
이 연출은 원작을 새롭게 해석한 것은 물론 판소리 창법이 잘 들릴 수 있는 음악을 추구했다. 주인공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이름을 각각 올페와 애울로 새롭게 짓고, 20대 초반의 젊은 남녀로 설정한 것도 달라진 점. 신화 속 오르페오는 에우리디체를 보고 싶은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고 뒤돌아보지만 ‘오르페오전’에서 올페는 자발적으로 애울의 손을 놓는다. 작곡을 맡은 황호준은 “과장된 이야기와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창극적 서사를 탈피하고 압축적이고 은유적인 오페라적 서사를 따랐다”며 “창극은 말맛과 운율을 살리는 등 장단의 지배를 받지만 내적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장단을 해체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의 전통적인 방패연과 얼레를 차용해 동양적인 느낌으로 무대를 꾸몄다. 이 연출은 “창은 변화하는 만물, 영웅호걸부터 민초에 이르기까지 많은 군상을 소리로 표현하는 종합예술”이라며 “창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좀 더 많이 담으려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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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민요 ‘아리랑’ 소재 최초의 창극
‘나운규, 아리랑’은 영화 ‘아리랑’(1926)을 소재로 만든 창극이다. 일제강점기 피폐한 조선인의 삶과 저항정신을 스크린에 담아냈던 영화인 나운규의 삶과 민요 아리랑을 버무렸다.
작품은 ‘아리랑’을 소재로 오늘을 사는 창극 배우의 이야기를 그린다. 과거 나운규의 삶과 비슷한 궤적을 살고 있는 창극배우 나운규의 인생과 여기에 영화 ‘아리랑’을 창극으로 개작한 작품이 이중구조로 교차한다. 총 4개의 장으로 구성했고, 각장마다 여러 지역의 아리랑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이 특징. 본조아리랑을 중심으로 구아리랑, 헐버트아리랑, 정선아리랑, 진도아리랑, 상주아리랑 등 6곡이 나온다. 극 중 나운규의 외도장면에는 춘향가의 ‘사랑가’를 차용했고, 장례가 치러지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진도 씻김굿의 ‘길닦음’과 제주민요 ‘용천검’을 편곡해 합창으로 들려준다.
정 연출은 영상을 적극 활용하고 프로젝션 매핑기술을 활용하는 등 현대적인 창극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배경막과 원형무대 오른편, 분장실 거울 등 3개의 움직이는 영상을 배치해 이야기의 전개를 돕게 했다.
정 연출은 “나운규의 삶과 아리랑을 통해 현대인의 자화상을 담아내려 한 것”이라며 “국악의 멋을 뽐내면서도 지금을 살고 있는 예술가의 삶을 애잔하게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페라와 창극 모두 액자형식의 ‘프로시니엄’ 무대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며 “창극이 중국의 경극이나 일본의 가부키처럼 특별한 모양새를 갖추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창극 고유의 특수성을 살려 창극다운 창극을 만들고자 했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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