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다.” 지난 6월 서울시극단장에 임명된 김광보(51) 연출가의 대답은 짧고 간결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연습실에서 만난 김 단장은 “자리가 굉장히 부담스럽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겠다. 서울시극단 단체장이자 연출자인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심 끝에 결국 작품을 통해 보여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서울시극단장으로서의 첫 작품으로 연극 ‘나는 형제다’(9월 4일부터 2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를 선택한 소감을 전했다.
김 단장은 “새롭게 뭘 바꾸기보다 내가 가장 잘 협업할 수 있는 작가와 함께하기로 했다. 망설임 없이 고연옥 작가가 떠올랐다”고 덧붙였다. 김 단장과 극작가 고연옥은 연극계에서 알아주는 ‘명콤비’다. ‘인류 최초의 키스’ ‘내 이름은 강’ ‘내 심장을 쏴라’ ‘웃어라 무덤아’ 등 고 작가가 창작·윤색·각색하고 김광보가 연출한 작품은 공연계에 화제가 됐다. 그중 ‘주인이 오셨다’는 2007년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사건에서 출발, ‘지하생활자들’은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을 모티브로 해 사회적 의식이 담긴 작품으로도 시선을 끌었다.
김 단장은 “고 작가와는 이제까지 17편을 함께 작업해왔다”며 “다만 고 작가의 작품은 상징이 강해 고통을 수반한다. 특히 공연의 성패가 장면전환에 달렸다. 배우는 장면이 끝나면 다른 장면으로 빠르게 옮겨가는 방식으로 연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작품에선 연출방식에 변화를 줬다. 습관을 깨려고 애썼다”고 귀띔했다.
‘나는 형제다’는 고 작가의 신작이다. 김 단장과 협업으로 신작을 내놓는 건 4년 만이다. 2013년 미국 보스턴마라톤 테러사건의 범인이었던 러시아 체첸공화국 이민가정 형제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현대사회 폭력의 본질을 파헤쳤다. 테러를 저지른 형제가 주인공. 가난하지만 착하게 살려고 노력해 온 형제의 성장과 실패를 통해 약자를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만들어내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그린다.
김 단장은 서울시극단장으로서의 포부도 전했다. 그는 “임기 3년 동안 정기공연 6편 모두 직접 연출하기로 했다. 그때 상황에 따라 만드는 게 아니라 시즌제로 계획성 있게 단체를 이끌겠다”며 “현안 파악을 하고 단원과의 만남도 가지면서 이제 좀 모양새를 갖췄다. 서울시극단의 행보에 좀더 관심을 가져달라. 질책도 좋다. 바짝 긴장해서 좋은 작품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