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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사각지대 없앤다더니..두루누리 사업 '공회전'

김기덕 기자I 2015.07.24 06:30:00

두루누리 사업 작년 예산 4496억… 신규가입자 12.8% 불과
“저임금 근로자 지원 혜택 늘려야… 독일 등 정책 본받아야”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오는 2060년 고갈이 예상되는 국민연금의 노후 보장기간을 늘리기 위해 정부가 연금보험 지원 등 신규 가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을 내 놓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저임금 근로자, 비정규직 등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을 흡수하기 위해 매년 수천억원의 예산을 연금보험 지원 사업에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한 국민연금 신규 가입자는 매년 가입 대상자 10명 중 1명 꼴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도 기존에 국민연금을 납부하고 있던 저소득 가입자가 정부지원을 받기 위해 새로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갈아타기’가 대부분이어서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국민연금 실업크레딧 제도 역시 정치권의 늦장 대응으로 예산만 책정된 채 국회에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 혈세가 엉뚱한 곳에서 낭비되고 있는 셈이다.

◇대규모 국민연금 사각지대 ‘여전’

국민연금은 18세 이상 60세 미만 국민 중 소득이 있으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공적연금이다. 강제 가입 사항이지만, 비정규직과 영세 자영업자가 많은 국내 노동환경 특성상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는 총 2113만 명이다. 이 중 실직 등으로 보험료를 내기 어려운 납부예외자가 457만명이고, 장기체납자가 112만명으로 약 569만명이 국민연금 납부 제외 대상이다. 전업주부와 학생, 군인 등 ‘적용제외자’는 1084만명이다.

노후빈곤 우려가 큰 비정규직도 여전히 국민연금 틀에서 벗어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04~2014년 정규직 국민연금 가입자는 13.2% 증가했지만, 이 기간 비정규직 가입자는 2.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연금보험 지원 효과 ‘미미’

정부는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저소득 근로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지난 2012년 7월 두루누리 제도를 도입했다. 월 소득이 140만원 미만이고, 10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자와 사업주에 대해 연금보험료를 각각 50%씩 지원하는 제도다.

연금보험료 지원 혜택을 받은 근로자는 2012년 말 순계 기준 91만 3950명에서 지난해 149만 3716명으로 57만 9766만명(63%) 늘었다. 올 들어 5월까지는 116만 227명으로 2013년 전체 두루누리 보험료 혜택을 받은 근로자의 77%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기존에 저임금을 받던 가입자가 두루누리에 편입한 것으로 신규 가입 인원은 많지 않다.

실제 지난해 두루누리 제도의 지원을 받았던 근로자 중 최근 3년간 국민연금 가입 이력이 있던 130만 명을 제외한 신규 가입자는 19만 1356명(전체의 12.8%)에 불과했다. 2013년과 2012년 역시 신규 가입자는 각각 18만 1969명(13.2%), 7만 5000명(8.2%) 수준에 그쳤다.

특히 올해 두루누리 혜택 근로자 116만명의 두루누리 지원금액은 2042억원으로 2014년 지원금액 4496억원의 절반도 안 된다. 실직 등으로 국민연금 보험료 납입을 중단하거나 급여가 올라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이탈자들이 적지 않아서다.

복지부 관계자는 “근로 환경이나 임금체계 변경 등으로 단기간내 다시 빠져나가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며 “다만 아직 5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연말까지는 작년 수준의 금액이 지원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간·금액 등 보장 혜택 늘려야”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개점 휴업 상태인 실업크레딧제도는 구직급여 수급자에게 최대 1년까지 국가가 국민연금 보험료의 75%(고용보험기금 25%, 국민연금기금 25%, 일반회계 25%)를 지원하는 제도다. 관련 법(고용지원법)은 현재 법사위 계류 중으로 당초 이달 초 시행키로 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그러나 막상 실행이 돼도 신규가입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원 기간이 짧은 데다 실직 전 급여중 절반만 인정하는 ‘인정소득’ 개념 때문이다. 일례로 실업크레딧을 적용받는 자의 실직 전 월 소득이 140만원이라고 하면 70만원이 ‘인정소득’이다. 인정소득에 보험료율(9%)을 적용해 산출된 6만 3000원 중 4만 7000원(75%)은 정부에서 부담하고 실직자는 1만 6000원(25%)을 납부한다.

권문일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애초에 급여가 낮은 근로자를 대상으로 보험료를 지원하는 제도이므로 지원 기간을 늘리거나, 지원 금액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독일 등 해외의 경우 실업 전 소득을 100% 인정해 크레딧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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