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돈·종우 지켜라" 농가 구제역 비상

조선일보 기자I 2010.01.27 08:27:58
[조선일보 제공] 소·돼지 전염병인 구제역 발생에 축산농가들이 떨고 있는 가운데, 종돈(種豚)·종우(種牛) 업체들도 '방역 노이로제'에 가까울 정도의 소독작업을 벌이고 있다. 종돈·종우란 번식을 목적으로 하는 우량한 품종의 수퇘지·수소를 말한다.

돼지고기 가공업체 선진은 충북 단양에 운영 중인 씨돼지 농장에 2~3중의 소독 방어막을 쳐놓고 외부와의 접촉을 일절 막고 있다. 550마리 씨돼지가 살고 있는 농장으로 구제역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해 24시간 자외선 살균을 거친 물건만 농장 안에 반입된다. 농장 직원 10여명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샤워를 하고 살균 의복을 입고 농장에 출입한다. 안경을 쓰는 직원은 농장 외부용과 내부용을 따로 사용할 정도다. 농장 내 직원식당에선 혹시나 구제역 바이러스가 묻었을 수 있는 육류는 꿈도 꿀 수 없다. 생선·참치캔과 익은 계란 정도만 먹을 수 있다. 이들에겐 별도의 격리 수당까지 지급된다.


이처럼 철저한 소독·방역을 실시하는 이유는 구제역에 감염되면 수십년간의 유전자 개량연구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씨돼지의 몸값은 일반 식용돼지의 2배에 달할 정도로 비싸기 때문이기도 하다. 식용돼지가 마리당 25만원 안팎인 반면, 씨돼지는 마리당 50만원 안팎에 팔린다. 돼지의 구제역 전파력이 소에 비해 최소 100배나 크기 때문에 한번 감염되면 피해가 걷잡을 수 없다는 점도 철벽 방역의 이유다.

농협중앙회가 1982년 설립한 국내 유일 한우개량기관인 충남 서산시의 한우개량사업소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곳엔 종우 50마리와 종우의 정액이 냉동보관되고 있다. 전국 한우 암소의 98%인 130여만마리가 이곳의 종우 50마리에게 정자를 받아 수태를 할 정도로 국내 한우의 생산 중심지다. 만약 사업소 반경 500m 이내에 구제역이 발생하면 종우는 모두 살처분, 폐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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