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제공]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했다는 월리스 그렉슨(Wallace Gregson) 美 국방부 아태담당 차관보의 발언이 파장을 낳고 있다.
문제의 발언은 그렉슨 차관보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의 한국, 일본 순방계획을 설명하면서 나왔다.
그렉슨 차관보는 최근 북한이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 사례를 소개하면서 김정일 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방북을 초청한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의 초청이 언제,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지 않았다.
그렉슨 차관보는 '북한문제와 관련해 다음 단계에서 일어날 일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아주 최근에야 북한의 도발국면(provocation phase)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데 사람들은 이런 것(도발)이 미국의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일어난다고들 한다"면서 "이제 (북한의) 그런 활동은 끝나고 유화국면(charm phase)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초청했고,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평양을 갔다"면서 "북한은 '미국과 대화를 할 수 있다면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한반도 현안에 밝은 그렉슨 차관보가 북한의 이 대통령 초청사실을 언급하면서 이 발언이 사실일 경우 한국 정부의 수용 여하에 따라서는 제3차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제프 모렐 미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는 (지난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장례식에 참석했던 북한의 고위관리들이 서울에서 회의를 갖고 남북 접촉의 전망을 논의했던 사실도 알고 있다"고 밝혀 이 시점에서 이 대통령 방북 초청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렉슨 차관보는 이어 북한의 최근 유화적인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관점은 검증 가능하고도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완료하는 것이 북한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확신을 갖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과 대화를 하겠지만 이는 동맹의 기초 위에서 미국, 한국, 일본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가 참여하는 국제적 틀안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 하고 있으나 우리는 결코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북한이 도발을 멈출 때까지 우리는 확장억지력을 포함한 우리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점을 동맹국들에게 재보장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렉슨 차관보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청와대 측은 "미 정부 내부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적절한 경로로 미국 측이 수정 발표를 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미 국방부는 16일 오전(현지시간) 수정 브리핑 일정을 잡았다가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그렉슨 발언 파문은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과연 이 대통령을 초청했는지의 사실 여부와 함께 대북 현안을 둘러싼 한미간의 혼선이 또다시 드러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북핵 '그랜드 바긴' 구상과 관련해 초기에 빚어졌던 혼선의 재연이라는 것이다.
한편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의 방한과 함께 오는 21일부터 이틀동안 제41차 한·미안보협의회(SCM)가 서울에서 열린다.
이번 협의회는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회의로 오바마 대통령의 11월 방한을 앞두고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아프간 파병 등 양국간 현안들의 조정 여부가 주목된다.
특히 지난 6월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확장억지력'을 핵심으로 한 양국간 방위협력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게이츠 장관은 방한에 앞서 일본을 방문해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 등과 개별 회담을 하고 북핵 문제를 포함한 역내 안보 현안과 미·일 동맹의 변환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