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젊을 때 노후 준비도 안하고 뭐하셨어요?"
늙어서 자녀에게 이런 구박받을까 두려워진 이 차장. 그래서 은행 직원 권유대로 펀드에 가입하고, 옆자리 박 대리가 살짝 귀띔해준 종목에도 아내 몰래 돈을 넣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 수익률은 드릴로 땅 파고 들어가듯 고꾸라지기만 한다. 장기 투자가 원칙이라는데 언젠가는 오르겠지 하면서 느긋하게 기다리면 되는 걸까? 초보 투자자에게 투자의 쓴맛을 보게 하는 ‘안습 금융상품’(소비자를 울리는 금융상품이란 의미의 속어·키워드 참조) 대처법에 대해 알아봤다.
◆안습 펀드:수익률 기대 높다면 과감하게 갈아 타라
현재 대표적인 안습 펀드로는 글로벌 리츠가 꼽힌다. 글로벌 리츠 펀드란 소액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전 세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대출에 투자해 발생하는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나눠주는 부동산투자신탁(REITs)에 투자하는 펀드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글로벌 리츠 펀드 6개월 수익률은 -4.69%로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31.29%)에 크게 못 미쳤다. 미국발(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로 미국, 유럽 등 선진국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어 타격을 입은 것이다.
이에 따라 원금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지, 아니면 수익률 좋은 펀드로 과감히 교체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적잖다.
메리츠증권 박현철 연구원은 “현재 수익률이 부진한 글로벌 리츠 펀드나 유럽 펀드 등은 바닥을 치고 언젠가는 회복하긴 하겠지만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단기 수익률을 높게 잡은 투자자라면 차라리 환매하고 다른 펀드로 갈아타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매일 펀드 잔고 조회를 해보면서 손실 난 부분에 대해 본업이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조급해 하는 건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다.
한국씨티은행 최유식 지점장도 “공격적 성향의 투자자라면 성적이 부진한 펀드를 일부 팔고, 수익률 상승이 예상되는 아시아 신흥시장 펀드에 투자하는 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교체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안습 주식:블루칩만 오모리 찌개처럼 묵혀라
주식에 직접 투자했다가 원금을 까먹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주식을 장기 보유하게 되는 개인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장기 투자는 무조건 사서 오래 보유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장기 투자는 향후 경제 전망을 점쳐 보고 해당 투자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우량해야 한다는 선결조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야 고점에 물려도 꾹 참고 기다릴 수 있다.
김종석 우리투자증권 차장은 “투자할 때 장래가 유망하다고 생각했던 종목이 잠시 실적 악화로 주가가 부진해져도 언젠가 회복할 것이라고 판단되면 계속 보유해도 좋다”며 “하지만 ‘카더라 통신’(남들이 하는 말) 만 믿고 허접한 종목에 투자했다가 고점에 물렸다면 과감히 팔고 현금화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강창희 미래에셋투자연구소 소장도 “도산 가능성이 높은 회사 주식을 팔아 치우는 것은 장기 투자의 방침에 반하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업적 부진이 일시적이라는 확증이 없는 주식을 무작정 갖고 있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주식 투자 경력 16년차인 구재성 모네타 차장은 “종목을 고를 때 경영진이 어떤 사람인지를 따져보고, 자본유보율(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로 기업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력을 측정하는 지표)이 1000% 넘는 기업에만 투자하는 등 나름대로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습 보험:손해는 일부 감수해라
금융감독원에 접수되는 민원을 들여다보면 가장 말 많고 탈 많은 상품이 바로 변액유니버셜보험(적립형)이다. 이 상품을 단순히 재테크 목적으로 가입했다면 3~5년 동안은 활짝 웃기 힘들다.
변액유니버셜보험은 언뜻 보면 펀드와 겉모습이 비슷하지만 투자자 납입액에서 사업비(통상 보험료의 20~30%)를 뗀 나머지 액수만 주식시장 등에 투자된다. 따라서 10년 이상 장기 가입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주식시장이 초호황이어도 중도 해지시 원금 손실을 보기 쉽다. 따라서 은퇴자금이나 자녀 대학자금 마련 등 10년 이상 먼 미래를 위한 목적으로 가입하지 않는다면 낭패보기 쉽다.
삼성생명 조재영 FP센터 팀장은 “자산을 불리기 위한 목적으로 강제 저축하듯 가입했고, 아직 불입기간이 2년 미만이라면 차라리 손해를 입더라도 과감히 해약하고 다른 투자 대안을 찾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했다.
*안습 금융상품
안습이란 ‘안구에 습기가 찬다’, 즉 눈물이 난다는 뜻의 속어로 주로 대상이 슬프거나 안타깝고 불쌍한 경우에 쓰인다. 안습 금융상품이란 상품 종류나 가입시기, 경제 환경 변화에 따라 원금도 못 건질 정도로 수익률이 나빠져 투자자를 슬프거나 안타깝게 하는 상품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