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edaily 이의철특파원] 전쟁은 과연 재앙인가? 전장에서 목숨을 바쳐야 하는 군인이나 전쟁의 참화를 직접 겪어야 하는 힘없는 이들에겐 전쟁은 분명 재앙이다.
그러나 경제적 관점에서 전쟁은 꼭 재앙이 아닐 수도 있다. 예를 들어 1, 2차 세계대전은 세계경제를 공황에서 건져냈다고 평가 받는다. 한국전쟁은 일본이 재기하는 동력이 됐고, 베트남전쟁 특수가 한국의 경제개발에 큰 도움이 됐음은 부인하기 힘들다.
정치경제학자중에선 "전쟁은 자본주의의 배출구로 공황을 막기위해선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는 이들도 있다. 군수산업의 관점에선 전쟁이란 재고(?)를 없애주는 "비용 제로(0)"의 게임이다.
미국이 준비중인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도 그간 월가에선 이라크 전쟁이 "재앙"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 경제에 "축복"이 될 것이란 분석들이 대세였다. 물론 전쟁이 발발해서 단기간에 끝난다는 전제가 있긴 했지만 일단 전쟁이 발발해 이라크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제거된다면 국제 유가는 내려가고 이로 인해 미국 경제는 다시 회복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월가의 이같은 공감대가 최근들어 자꾸만 삐걱거리고 있다. 어떠한 경우에라도 "전쟁은 재앙"이란 분명한 메시지가 이곳저곳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전쟁으로 고통받을 이라크 국민들에겐 당연히 전쟁은 재앙이겠지만 미국 경제와 미국민, 나아가 세계경제에까지 이번 이라크 전쟁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들이 힘을 얻고 있다.
영국에서 발간되는 이코노미스트지 최근호는 이라크전쟁이 발발할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전쟁비용의 측면에서 미국 의회 예산국은 이라크 전쟁의 비용을 약 500억달러로 예상했지만 이는 너무 낙관적인 견해라는 것이다. 이라크 전쟁이 다소 지연될 경우 전쟁비용은 1500억달러까지 늘어나며 여기다 전후 평화유지와 이라크 재건 등에 들어가는 추가비용은 향후 10년간 1000억달러에서 최고 600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유가와 관련해서도 비관론들이 힘을 얻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1차 걸프전을 예로 들며 일시적으로 원유가격이 배럴당 40달러선까지 치솟겠지만 종전 후 배럴당 20달러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원유시장의 수급 펀더멘탈은 지난 91년과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메릴린치의 리차드 번스타인 수석전략가는 "91년 당시는 세계 원유시장은 공급초과 상태였지만 지금은 수요초과 상태"라며 지금의 상황은 당시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주요 석유 수입국인 베네수엘라의 석유생산량이 두달간의 파업 후유증으로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다른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 역시 생산을 늘릴 여유가 없다. 게다가 현재 미국의 석유 비축분은 1975년 이후 28년래 최저 수준이다. 특히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전쟁이 일어나면 이라크내 유전을 파괴시킬 가능성이 아주 높다.(세이크 야나미 국제에너지연구소장).
뉴욕증시의 관점에서도 전쟁의 긍정적인 모멘텀 역할을 하기 힘들 것이란 비관론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전쟁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들은 과거 1차 걸프전의 경험에 기초하고 있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90년 8월 2일 이후 미국이 이라크에 군대를 파견한 "사막의 폭풍" 작전 전날까지 S&P500지수는 11% 하락했다. 그러나 "사막의 폭풍" 작전 당일인 91년 1월 17일 S&P500지수는 3.7% 급등했고 이라크가 쿠웨이트에서 철수한 2월 26일까지는 14.8% 올랐다. 91년 연말까지 S&P500지수는 31.9% 상승했다.
그러나 줄리어스 베어의 조셉 갈라허는 이번에 이같은 시나리오가 다시 재현될 것인지에 대해서 고개를 가로젓는다. 갈라허에 따르면 당시 시장이 급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쟁의 실제보다 시장의 기대치가 훨씬 낮았기 때문이다. 즉 미국이 이라크를 그처럼 손쉽게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반면 실제 상황에선 간단히 제압했고 이것이 시장에 "예상치 못한 놀라움"을 주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가? 이미 시장은 이라크와의 전쟁이 시작되면 미국이 이라크를 손쉽게 제압할 것이라고 "미리"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단기간에 승리하더라도 이같은 재료는 이미 시장에 모두 반영돼 있고 만약 전쟁이 장기화되기라도 한다면 오히려 폭락한다는 것이 갈라허의 분석이다.
또 전쟁으로 경기가 위축될 경우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으나 이미 미국의 연방금리는 1.25%로 50년래 최저수준이다. 추가 인하여력이 있을 지 의심스러운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 지출을 늘려야 하는데 일본은 막대한 공공부채에 시달려 재정지출을 늘리기 힘들고 유로권 국가들은 유럽연합의 "안정협약"으로 재정정책이 묶여있다. 더구나 1차 걸프전 때는 총 전쟁경비 800억달러 중에서 단지 40억달러만 미국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아랍국가와 일본이 분담했으나 이번 이라크전은 미국이 군비를 거의 전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학 경제학과 교수도 최근 로스엔젤레스 타임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전쟁은 미국민에게도 재앙"이란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는 최선의 시나리오건 장기화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건 이라크전쟁은 미국 경제의 회복을 더디게 하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한다면 전쟁은 피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전리품이 이라크의 유전이 될 것이란 지적과 관련, "이라크전쟁에서 미국이 완벽히 승리한다 하더라도 이라크 유전의 사용권은 국제경쟁입찰을 통해 결정될 것"이라며 "제한적인 초과이윤을 위해 전쟁이란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은 현명치 못한 일"이라고 밝혔다.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는 최선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된다 하더라도 이라크의 새 정부가 전후 복구비용 충당을 위해 원유생산량을 최대한 늘릴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세계 원유가격은 폭락하고 이로 인해 미국내 정유기업들은 큰 피해를 보게 된다고 스티글리츠는 지적했다.
이라크전쟁은 저돌적으로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도 "재앙"이 될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면서 미국의 역대 대통령중 가장 높은 지지를 받는 대통령중의 하나로 부상했다. 미국 경제만 다소 회복된다면 2년 남짓 남은 그의 재선 가도엔 아무런 장애물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의 부시 행정부의 기대대로 진행되지 않고, 그 후유증으로 미국 경제가 계속해서 침체의 길을 걷는다면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향한 꿈"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정치인 부시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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