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잠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봉쇄 시위가 보름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국회는 이번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가동에 들어갔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관위 문제 해결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고, 야당은 개헌보다 진상 규명이 먼저라며 특별검사를 통한 수사를 주장하고 있다. 사태 원인으로 처음엔 선관위의 업무상 무능과 안일이 주로 지적됐는데, 이후 그 배경에 선관위 조직 전체의 비리와 부패가 있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선관위가 고쳐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상태임은 중앙선관위가 이번 선거 후 자체적으로 운영한 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에서 드러났다. 중앙선관위는 투표용지 인쇄 예산을 유권자 수의 110% 수준으로 배정받고도 종전 60%에서 50% 수준으로 인쇄량을 줄였다. 왜 그랬는지와 남은 예산은 어디에 전용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선거 당일 투표용지 부족이 예상된 140개 투표소에 투표용지를 추가로 보내야 했다. 26개소에서는 투표용지 고갈로 투표가 중단돼 일부 유권자들이 투표하지 못했다. 투표용지 부족이 예상된다는 일선 투표소의 보고에 상급 선관위 조직이 긴급 조치는커녕 몇 시간이 지나도 응답조차 하지 않은 경우가 여러 건이다.
이번 사태로 선관위의 도덕적 해이도 새삼 조명되고 있다.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은 재임 중 세 차례 해외출장에 선관위 예산으로 부인을 동반했다. 그가 이번 선거 직전 3개월간 출근한 날은 법정 근무일의 절반에 그쳤다. 선거 때마다 선관위 직원 중 다수가 휴직했다가 선거 후 복직하는 악습도 이번에 되풀이됐다. 몇 년 전엔 선관위 고위직 간부의 자녀 등 친인척 특혜 채용이 국민적 공분을 산 바 있다. 선관위가 투표용지 인쇄 등을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외부 업체에 맡기는 것과 관련한 비리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조직이 민주주의의 주춧돌인 선거를 제대로 관리할 리 만무다. 헌법상 독립 기구라는 보호막을 제거하고, 엄격한 외부 감시와 통제를 받게 해야 한다. 부분적인 땜질로는 안 된다. 법적 지위에서부터 조직 구성과 운영, 업무 기강에 이르기까지 전면 쇄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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