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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달러 벌이에도 원화값 뚝뚝…이상한 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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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하 기자I 2026.05.26 04:55:04

원화 실질실효환율, 3개월 연속 하락세
2009년 3월 이후 17년 1개월 만에 최저
사상최대 경상수지 흑자에도 달러 수요 확대 영향
외국인, 이달 월간 기준 사상 최대 주식 순매도
“하반기 한은 금리인상으로 원화 가치 오를수도”

[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역대급 수출 실적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원화의 실질 가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처럼 수출 호조로 기업이 벌어들이는 달러가 늘어나면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환율 공식’이 더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상수지 흐름 대신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확대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에 따른 달러 수요 확대가 외환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25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달 원화의 실질실효환율(REER·2020년=100)은 85.06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79.3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실질실효환율은 교육국과 환율·물가 수준을 함께 반영하는 지표로 숫자가 낮을수록 원화가 지닌 실질 구매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특히 원화 가치는 BIS가 집계한 주요 64개국 가운데 일본(65.07)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한국의 기준금리가 2.50%로 일본 0.75%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주요국 가운데 통화 가치가 가장 약한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통상 수출이 늘고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면 원화는 강세를 보여왔지만, 이 같은 공식 역시 더는 통하지 않았다. 올해 1분기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737억 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8배 늘었지만 원·달러 환율은 1500원 안팎의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달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기관·개인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 등 해외 자산 투자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로 달러를 구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달 환율 역시 지난달에 이어 1500원대 높은 레벨을 유지 중인 만큼 원화 실질 가치의 추가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가 거세지며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초부터 12거래일 연속 조(兆) 단위로 코스피 주식을 순매도하며 해당 기간 46조 5732억원 어치를 팔았다.

여기에 미국과 금리 차이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으면 글로벌 자금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미국으로 이동하기 쉽다. 2022년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급격한 금리 인상 이후 급등한 달러 가치는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화는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위험자산 통화’로 분류돼 국제 정세가 불안할수록 약세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는 원화 약세 흐름이 다소 진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돌아선 만큼 한미 금리 차가 축소하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 압력이 완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당분간 물가 불확실성으로 연준 금리인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은의 하반기 금리인상으로 연말 한미 금리차가 축소되며 원화 가치의 점진적인 회복을 기대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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